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토익시험을 보러갔던 날을 떠올렸다.
대학교 4학년 때였으니 1999년이다.
일요일이었고 시험장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어느 고등학교였다.
휴일 아침 일찍이었지만 시험이 있어서인지 학교 앞 문방구가 열려 있었다.
나도 컴퓨터용 연필과 사인펜, 지우개 등을 사러 들어갔다.
비좁은 문방구 계산대 앞에서 나 말고도 여러 명이
비슷비슷한 물품을 사고 있었다. 다들 내민 손에서 그래봤자
오백원, 천원 정도의 금액을 잇 따라 받고 잔돈을 거슬러주느라 분주하던
문방구 아저씨가 흥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유, 돈을 갈퀴로 긁네, 긁어~.”
사람들도 나도 웃음을 터트렸다. 그 말이 어찌나 유쾌했던지
십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고작 몇몇 사람으로부터 푼돈을 받아들며 “돈을 갈퀴로 긁는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여유로운 걸까?
가진 것이 많아도 더 가지고 싶은 욕심에 마음을 빼앗겨 불행해지고 마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의 말투와 표정은 다른 이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준다.
그에 반해 가진 것이 많든 적든 정직한 노력으로 버는 돈에 감사할 줄 알고
또 넉넉한 마음과 기분 좋은 미소를 나눠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나는 아무래도, 일요일 아침에 ‘돈을 갈퀴로 긁던’ 그 문방구 아저씨가
정말로 부자였던 것 같다.
*김하나의 <힘빼기의 기술>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 SNS 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