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1007월 마음이 부자면 행복을 갈퀴로 긁어요
그대아침
2024.10.07
조회 235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토익시험을 보러갔던 날을 떠올렸다. 
대학교 4학년 때였으니 1999년이다. 
일요일이었고 시험장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어느 고등학교였다. 
휴일 아침 일찍이었지만 시험이 있어서인지 학교 앞 문방구가 열려 있었다. 
나도 컴퓨터용 연필과 사인펜, 지우개 등을 사러 들어갔다. 
비좁은 문방구 계산대 앞에서 나 말고도 여러 명이
비슷비슷한 물품을 사고 있었다. 다들 내민 손에서 그래봤자 
오백원, 천원 정도의 금액을 잇 따라 받고 잔돈을 거슬러주느라 분주하던 
문방구 아저씨가 흥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유, 돈을 갈퀴로 긁네, 긁어~.”
사람들도 나도 웃음을 터트렸다. 그 말이 어찌나 유쾌했던지 
십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고작 몇몇 사람으로부터 푼돈을 받아들며 “돈을 갈퀴로 긁는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여유로운 걸까?

가진 것이 많아도 더 가지고 싶은 욕심에 마음을 빼앗겨 불행해지고 마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의 말투와 표정은 다른 이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준다.
그에 반해 가진 것이 많든 적든 정직한 노력으로 버는 돈에 감사할 줄 알고
또 넉넉한 마음과 기분 좋은 미소를 나눠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나는 아무래도, 일요일 아침에 ‘돈을 갈퀴로 긁던’ 그 문방구 아저씨가
정말로 부자였던 것 같다.


*김하나의 <힘빼기의 기술>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 SNS 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