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1018금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스승이 될 수 있다
그대아침
2024.10.18
조회 247

어느 날 약속 장소로 가다가 나는 참 아름다운 장면을 보게 되었다.
지하철 입구에 고개 숙이고 앉은 사람 앞에
요즘 보기 드문 10원짜리와 50원짜리 동전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그때 내 앞을 걸어가던 여성이 천 원짜리 한 장을 놓더니 두 손을 모으고 절을 했다.
그 순간 내 가슴은 출렁거렸고 부끄러웠다.
예부터 눈을 바로 뜨고 마음을 모으면 도처에 스승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그동안 거지에게 적선하며 베풀거나 공덕을 쌓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거지에게 절을 할 수 있는 인격이라면
살아오면서 얼마나 넉넉하게 마음을 베풀고 나누었을까. 

얼마 전에 언론사 사장 댁의 혼사에 주례를 서게 되었다. 
주례사가 좋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 때문에 주례를 할 때마다
정성껏 주례사를 새로 쓰고는 했다. 이번에도 정성들여 쓴
주례사에 대해 좋았다는 말을 들었으나 많은 사람들은 주례사보다
내가 주례석에 올라 먼저 한 이 말이 더 가슴에 와닿았다고 했다.

“그대들은 내 스승입니다. 주례를 승낙한 날부터 다쳐도 안 되고
병들어도 안 되며 사건 사고에 휘말려도 안 되기에 몸조심 마음조심을
해서 오늘 건강하게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해주었으니 정녕 내 스승입니다.
그러니 나의 스승처럼 살아주세요.”

도처에 스승이 있다면 나 또한 남들에게 스승처럼 살아야하는 숙제가 생긴 것이다.
내가 유심히 사람들을 눈여겨보듯 그들도 내 모습을 눈여겨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사람답게 사는 게 참 쉽지 않다. 
그걸 알아차린 것만도 큰 공부를 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김홍신의 <자박자박 걸어요>중에서 읽어 드렸습니다.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