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이 좋다.
'처음'이라는 단어의 생김새도 좋고, 그 단어를 들었을 때
마음속에서 재생되는 이야기들도 좋다.
갓난아이의 걸음마라든지, 여행자의 두리번거림이라든지,
태양이 떠오를 때 서서히 밝아지는 세상이라든지.
'처음'을 생각하면 그런 이미지들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그런데 막상 나의 '처음'들을 돌아보면 괴로운 기억이 더 많다.
무엇이든 처음 겪는 일은 어지럽고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내게 처음은 언제나 낯설었고, 낯섦 앞에서 나는 늘 바보가 되었다.
모든 처음이 그랬다. 예를 들어, 처음 학교에 가는 날에는 두려운 마음이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지 못할까 봐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사실은 모두 두려운 마음을 가득 지닌 아이들이었는데 말이다.
다들 나와 다를 것 없이 겁 많은 아이들이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부터
두려운 마음은 사라졌다.
그럼에도 나는 처음이 좋다. 가끔은 처음이 그립기도 하다.
그런 강렬한 감정은 오직 그때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이제는 그것을 잘 극복했기에 좋은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내가 앞으로 겪을 '처음'의 기회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처음은 처음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이 아니다,
이런 마음이 쌓이면서 나는 처음에 능숙해지고 있다.
요즘은 내가 지니고 있던 것들을 마무리하는 시기다.
그건 "오늘로 마지막입니다"라고 말하는 날이 많다는 의미다.
그런 날이면 나는 언제나 처음을 생각한다.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던,
그렇지만 무척이나 서툴렀던 내 모습을 떠올리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래도 용케 잘 해냈네!'
기특하고 대견스러운 마음도 든다. 그러면 보내는 마음이 조금은 수월해진다.
*윤성용의 <친애하는 아침에게>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