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한강을 따라 뛴다.
잔잔하게 흐르는 강을 보면서, 지저귀는 새 소리를 들으며,
맑은 날씨를 만끽하며 달리는 게 나는 참 좋다.
트랙 위에서 뛰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한강에서 뛰는 게 습관이 돼서 그런지 영 재미가 없다.
한 번은 고향에 내려와 마땅히 뛸 만한 곳이 없어 집 앞에 있는 월드컵 경기장에 가서 뛰었다.
이렇게나 훌륭한 경기장 트랙에서 뛴다면 더 멀리, 더 빨리 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몸을 간단히 풀고, 10km를 목표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5km 달리고 나서, 나는 달리기를 멈췄다.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스팔트 바닥보다 쿠션감도 있을 테고,
스무 바퀴라는 정확한 목표를 향해 돌기만 하면 되는 최적의 코스였다.
하지만 내게는 맞지 않았다.
다 뛰고 나서 스트레칭을 하며 트랙을 보고 있는데 괜히 웃음이 나왔다.
이제 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렸을 적의 난 트랙을 따라가는 삶보다 트랙 밖의 삶을 동경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해외의 유명 대학교에 합격한 사람의 이야기보다는,
멀쩡히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세계 여행을 떠난 사람의 이야기에 끌렸다.
실제로 내가 동경하던 사람들의 나이가 됐을 때, 나는 그런 삶을 살게 됐다.
때론 튀어나온 돌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평평하지 못한 길을 달리느라 다리에 무리가 오기도 했지만, 차라리 그게 나았다.
재미없는 달리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 역시 이게 나라는 사람이었어, 라는 생각이 들어 자꾸 웃음이 나왔다.
맞아, 트랙을 뛰든, 아스팔트 바닥을 뛰든, 한강을 뛰든, 모래사장을 뛰든, 그게 뭐가 중요해.
어디서 뛰느냐가 뭐가 중요해.
중요한 건, 내가 뛰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느냐, 이거지. 그거면 충분한 거지.
*강주원의 <보통의 달리기>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