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쓰는 일에는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든다.
한 사람을 생각하며 편지지를 고르고 빈 종이에 빼곡히 마음을 써 내려가는 일.
쓰는 동안 종이 위에는 나와 수신인 둘뿐, 시끄러운 세상도 잠시 고요해진다.
쓰다 보면 쑥스럽기도 하고 글씨가 틀리거나 문장이 꼬이기도 한다.
하지만 서툴더라도 조금 헤매더라도, 찬찬히 써 내려갈수록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내 마음 역시 명료해진다. 단 한 사람을 향한 이야기.
그렇기에 편지는 가장 진솔한 방식의 고백 아닐까.
우리는 매일 수많은 말들을 주고받고 살지만, 정작 하고싶은 말들은 마음에 숨겨두곤 한다.
진지하기가 영 쑥스러워서 자주 만날 수가 없어서, 세상살이가 바쁘고 건조해서.
말로 다 전할 수 없는 마음이 있고, 떨어져 있기에 전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런 마음의 말들을 전하기에 휴대폰 메시지는
너무 가볍고 전화 통화는 역시나 부담스럽다.
그럴 때 편지를 쓰자.
아무래도 편지 쓰기가 어렵다면 내가 자주 사용하는 좋은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좋아하는 책이나 시집 한 권을 골라 속지에 편지를 써서 선물하는 것이다.
내가 전하고픈 메시지가 담긴 책이라면 더욱 좋다.
속지에 짧은 편지와 날짜와 장소를 남겨둔다.
그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책편지가 된다.
작고 가볍고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의미 있는 선물이다.
선물 받은 이는 시간이 흘러도 반가울 것이다. 기쁠 것이다.
책 사이에 끼워둔 봄의 벚꽃과 가을의 은행잎처럼,
꺼내 읽을 때마다 당신을 발견하고 떠올릴 테니까.
마음은 오래 그곳에 남아 살아간다.
*고수리의 <마음 쓰는 밤>에서 따온 글.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