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바람 불고 추웠던 나의 20대 후반. 취직은 꿈꿀 수도 없었다.
친구도 애인도 없던, 그야말로 서글픈 잉여인간의 시절이었다.
나는 쓰레기였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의 쓰레기는 그나마 귀엽겠지만,
나는 그저 없어도 그만인 남아도는 인간이었다.
그 심오한 쓰레기 추억. 참 힘들었던 기억, 비구름처럼 무겁고 슬프다.
입시 실패도 많이 했고, 지독한 불면증까지 걸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랬던 만큼 쓰레기에서 꽃을 피우는 나만의 노하우와 지혜를 익혀갔다.
쓰레기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실업자였던 나는 집에서 온갖 잔소리를 들으며 살림을 도왔다.
그러면서 스스로 밥벌레란 슬픔을 이기기 위해
틈틈이 뚱뚱한 책들을 한 권씩 독파해나갔다.
그때 뼈아프게 깨달은 지혜가 있다.
인생의 많은 어려움은 자기 내면으로 향할 때 견디는 힘이 세진다는 것.
경제적 어려움도 자기 내면으로 향해야 강인하게 이겨나갈 수 있다.
너무 바쁠 때면, 책이든 음악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던
그 잉여인간의 백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내게 새 삶을 주고 새로운 세계를 힘차게 시작하고 싶다.
누구라도 쓰레기 시절을 겪고 있다면 쓰레기가 에너지가 되도록 애써주길 바란다.
부드럽고 향긋하고 따스한 세상을 열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니까.
*신현림의 <다시 사랑하고 싶은 날>에서 따온 글.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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