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927금 밝은 슬픔의 색깔 포도잼은 엄마의 사랑이다
그대아침
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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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만 졸인 포도잼을 김치 통에 넣어 준 엄마.
팔순의 엄마가 처음 만든 포도잼에는 뭉개지지 않은 껍질이 많았다.
숟가락으로 골라내다가 긴 젓가락으로 집어내다가,
창가의 조각구름이 다 지나갈까 봐 커다란 냄비에 쏟아 붓고는
핸드 믹서기를 들고 주저 없이 갈았다.
이 뜨거움이 아니라면 어떻게 고집스런 열매를 녹여낼까.
이 불길이 아니라면 어떻게 다른 모습으로 만들까.
가스 불 앞에 서서 눅진해지는 포도잼을 저었다.
참 이상하게도 종종 연민은 또 다른 형태의 감옥 같다는 생각이
길어지지 못하게 포도잼은 자꾸 눌어붙었다.
살면서 위로가 가장 간절했던 엄마가 밝은 슬픔의 색깔까지만 
졸여놓은 포도잼. 
그 잼을 어둠의 빛깔로 졸여 작은 유리병에 나누어 담았다.

이게 사랑의 이야기로 들린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이운진의 <저녁 잎사귀처럼 알게 될 때>에 실린 ‘포도잼’이란 시.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