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1017목 기다려야 값진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걸
그대아침
2024.10.17
조회 267
남미 여행 중 칠레에 갔을 때의 일이다. 
지도에 의지해 시인 네루다의 생가에 가려던 길이었어. 
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 ‘네루다 레스토랑’을 발견했단다. 
뜰에 놓인 작고 정갈한 탁자에는 꽃 그림이 가득한 접시들이 놓여 있었고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아 있나 싶게 노랑 빨강 나비들이 그려져 있었다.
나이 지긋한 종업원이 추천한 샐러드가 그 접시에 담겨졌지. 
사과와 아보카도에 설탕과 식초를 넣은 간결하고 깔끔한 맛이었어. 
그동안 아보카도를 즐겨 먹지 않았는데, 
네루다 식당의 샐러드를 맛본 이후, 아보카도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뜰에 아보카도 씨를 심어 나무로 키워보겠다고 벼르고 있었지. 

아보카도 씨가 얼마나 크고 단단한지 넌 모를 거다. 
어떻게 그리 딱딱하고 두꺼운 껍질을 뚫고 싹을 틔워 나무가 될 수 있을까?
호기심을 가득 품은 채 씨를 흙에 묻었다. 
물을 주고 기다리고 기다려 스무날이 지났건만 싹은 나오지 않았어. 
마음에 아쉬움이 가득 차 씨앗을 파내려고 흙을 들추었다.
그런데 맙소사! 태어나 땅에 막 발을 내딛는 아가의 최고 여린 발처럼
아보카도는 뽀얗고 작은 뿌리를 흙에 내리고 있는 중이었어.
심장이 턱 하고 발등에 떨어진 것 같았다. 
‘좀 더 기다려줄걸!’

“껍질을 뚫고 나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나 해요?”
아보카도가 내게 묻는 것 같았다. 아보카도의 여린 싹을 보며 너를 생각했단다. 
너도 언젠가 아보카도처럼 놀라지 않았을까? 아보카도처럼
좀 천천히 준비하고 있었던 것뿐인데 기다리지 못하고 몰아 부친 엄마 때문에 말이야. 
스무날이 지나 싹을 낸 아보카도 씨앗을 보며, 
기다려야 값진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강안의 <엄마가 아들에게 전하는 그림편지>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