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인기가 많던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 미국으로 건너갔다.
'꽃보다 할배'라는 프로그램이다. 미국판의 이름은 'Better late than never' 이다.
늦더라도 하는 것이 안 하느니만 낫다는 것이다.
배우이자 프로듀서, 작가, 감독 일까지 하는 헨리 윙클러.
'스타트렉'에서 제임스 커크역으로 알려진 윌리엄 샤트너.
슈퍼볼 우승에 빛나는 쿼터백 출신 테리 브래드쇼.
권투 헤비급 세계 챔피언 조지 포먼.
이렇게 4명의 할아버지들과 젊은 코미디언 제프 다이는 식사를 하며 이런 얘기를 나눈다.
헨리가 말을 꺼냈다.
"여행을 떠나기 두려웠던 사람 있어?"
맏형이자 베테랑 배우 윌리엄의 대답. "그랬지. 나도."
헨리가 말했다. "사실 난 들뜬 마음 반 두려운 마음 반이었어.
(조지 포먼에게) 자네는 무서울 때 동기부여가 되잖아."
조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좋은 방어는 언제나 두려움이었지. 그 덕분에 권투를 하면서 날 지킬 수
있었어. 이 여행도 참 두려웠지만 무하마드 알리와의 시합은 전혀 무섭지
않았지. 정신을 차려보니 카운팅을 하더라고. 하나. 둘. 그렇게 끝났어.
두려움이 있어야 해.“
내가 인생의 선배들에게 받은 위로란, 지구상의 많은 이들이 두려워하며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며 내일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
다들 그만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
나만 소심해서 삶이 힘든 것이 아니라는 것.
나만이 내일의 일을 두려워하며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두려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애틋하게 느껴진다.
지금 두려워하고 있으므로, 매번 두려워하고 있으므로
나도, 제프도, 미국의 꽃보다 할배들도, 당신도.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두려움을 위해 건배.
*이시은의 <오랜 시간, 다정한 문장>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