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906금 나를 반겨주는 뭉클한 한 마디, 어서 와
그대아침
2024.09.06
조회 292
때로는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어떤 말 한마디에 뭉클해지기도 한다. 
나보다 네 살 많은 언니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한 엄마를 대신해 
동생들을 챙겼다. 언니는 우리에게 ‘어서 와’라는 말을 자주 했다. 
우리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나 밥상을 차려놓고 부를 때였다.
20여 년 전부터 큰길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15분 거리에서 살았다. 노년의 
특별한 행운이라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주일이면 교회에서 같이 예배드리고 고궁과 극장, 남대문시장, 백화점 등을 함께 다녔다.
음식솜씨가 좋고 미식가인 언니는 별미를 곧잘 해서 나를 불렀다.
호박죽을 쑤고, 찰밥을 하고 또 사골을 고았다며 “어서 와”라고 했다. 

언젠가부터 목욕탕에서 내 등을 밀어주는 언니의 손길이 전같지 않고 힘이 없었다.
몸이 약해 병원에 자주 다니는 언니는 좀 우선하다 싶으면 일을 찾았다.
왜 힘들게 일을 만들어서 하느냐고 핀잔하면,
우두커니 앉아 있으면 뭐 하냐며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힘없이 웃었다. 그랬던 언니도 지금은 가고 없다.
그렇게 빨리 가시려고 그랬나. 
아픈 몸으로도 나만 보면 맛난 음식을 챙겨주기 바빴다.
“어서 와, 어서 와서 밥 먹어.”
이제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말. 새록새록 사무치는 그리운 삶의 시간들.
왜 좀 더 잘해 드리지 못했을까.

뭉클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감성이 굳어 있지 않고 눈물과 배려와
연민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나이 들면서 행동반경이 좁아지고 있지만,
언제 또 무엇을 만나 뭉클해져 속울음을 울게 될지.
나는 지금 내가 살아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유문자의 <나를 닮은 새 한 마리>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