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공감
바닷가에 끝없이 펼쳐지는 모래밭을 '해안사구'라고 합니다.
이곳은 겉보기에 너무 척박해 어떤 생물도 살고 있지 않을 것 같지만,
식물, 곤충, 새 등 많은 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해안사구에 사는 곤충을 '사구성 곤충‘ 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사구를 떠나서는 살 수 없습니다.
특정 서식지에 산다는 것은
까다로운 적응 과정을 거친 결과이기 때문에,
사구성 곤충은 전체 곤충 중 적은 비율을 차지합니다.
그만큼 모래땅에서 살기란 어렵다는 거지요.
한여름 낮, 해안사구의 모래는 불 위에 올린 양은 냄비처럼
뜨겁습니다. 만일 이때 곤충이 모래밭 위에 있다간
화상을 입고 죽어버릴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사구성 곤충이 선택한 것은 바로 ’여름 밤‘입니다.
저녁노을이 지고 어둠이 깔리면 바닷가 모래밭에 갯바람이
불어와 낮 동안 달궈진 모래를 식혀줍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고
하늘엔 별이 떠오릅니다.
그러자 낮 동안 모래 속에 숨어 있던
사구성 곤충이 모두 나와 모래밭을 통째로 세 낸 듯 활보하고
다닙니다.
그곳에서 식사도 하고 짝을 만나기도 합니다.
모래거저리, 모래거저리붙이, 바닷가거저리, 큰집게벌레,
큰조롱박먼지벌레 등이 모여 한바탕 축제를 벌입니다.
어떤 녀석은 밥 먹는 데 열중하고, 어떤 녀석은 짝짓기에
열중하며 주어진 하루의 삶을 이어가다 동 트기 전에
다시 모래 속으로 들어가 잠이 듭니다.
해안사구는 때때로 비라도 오니 그나마 낫습니다.
나미브 사막에서 사는 ’나미브사막거저리‘는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갑니다.
나미브 사막은 비가 오지 않아 수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온도도 섭씨 60도까지 올라가 생물이 살아가기에 불가능해 보입니다.
하지만 나미브사막거저리는 가끔 이른 아침에 짧게 내리는
안개를 이용해 수분을 섭취합니다.
안개가 낀 날, 나미브사막거저리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엎드려 물구나무를 서면, 날개에 안개가 고여 물방울이 만들어집니다.
날개에는 울퉁불퉁한 돌기들이 있어 물방울을 잡아주는 데
큰 역할을 하지요. 이 물방울은 등을 타고 내려와 입속으로
흘러갑니다.
열악한 환경에도 '물구나무 전략'을 세워 생존에 성공했으니,
나미브사막거저리의 전략은 본받을 만합니다.
* 곤충학자 정부희 <곤충은 남의 밥상을 넘보지 않는다>
중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하시고
개인 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