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807수 신에겐 아직 열 두개의 여름 즐길거리가 남아있습니다!
그대아침
2024.08.07
조회 286
아침공감

여름 간식으로 빼놓으면 섭섭한 게 '옥수수와 감자‘다. 
수박과 자두로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자색감자와 찰옥수수로 채우기로 한다.
고구마처럼 색이 붉은 자색감자를 한 알 한 알 씻어 냄비에 넣는다. 

소금을 약간 치고 감자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붓는다.
불에 올리고 익을 때까지 기다리면 끝. 간단하다.
감자가 익을 동안 찰옥수수 열 개의 껍질을 벗긴다.
옥수수 껍질을 벗겨보았는가? 껍질을 벗겨보기 전엔 이 녀석들이 얼마나 

수줍음이 많은지, 자기방어로 똘똘 뭉친 녀석들인지 알지 못한다. 
껍질을 힘들게 벗기고 나면 마지막 한 겹이 남는다. 좋아하기엔 이르다. 
마지막 껍질 아래 엄청난 양의 수염이 옥수수 알갱이들을 감싸고 있다. 
옥수수 쪽에서는 결코 먹히고 싶지 않을 테니까. 수염은 생각보다 질기다. 
떼어내는 게 귀찮기도 하고 옥수수에게 ‘지나친 모욕감'을 주고 싶지 않아서,
수염째로 찜통에 넣어버린다.


이제 내 일은 기다림뿐이다. 감자와 옥수수가 익어가는 부엌, 
덕분에 더워진 부엌을 흐뭇하게 보고는 숨을 돌리러 방으로 간다.
감자가 냄비 바닥에 눌어붙어 타들어가고 있다. 창문을 죄다 여니 
한참이 지나서야 연기가 빠진다. 이게 다 작은 얼간이 때문이다.
옥수수는 더 익게 두고, 까맣게 탄 감자알들을 그릇에 옮겨 담아 시식을 한다.
일부가 좀 탔어도 이 자색감자, 정말 맛있다! 

포슬포슬한 게 밤이나 고구마보 다 맛나다. 감자 탄 게 뭐 대수인가, 
아직 신에게는 열 개의 옥수수가 남아 있습니다! 
혼자 농을 치며 감자와 옥수수로 즐거운 오후.
이번 여름, 또 뭐가 남아 있을까? 생각하면 줄줄 나온다. 
수박, 자두, 복숭아, 팥빙수, 맥주, 냉면, 토마토... 여름은 맛있다!




* 시인 박연준의 책 <모월모일>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하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