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808목 파도가 좋고 안 좋고는 그리 중요치 않다
그대아침
2024.08.09
조회 253
아침공감


한국의 서퍼들은 자주 여행을 한다.
부산 송정에 파도가 없으면
포항 신항만이나 영덕 부흥 해변에 가고,
양양 죽도에 파도가 없으면
부산 다대포에 가서 파도를 맞이한다.
발리로 훌쩍 몇 개월 떠나기도 한다. 

오직 파도타기를 위해 긴 여행을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서퍼들은 좋은 파도 앞에서 장거리 여행의 고단함을 금세 잊는다. 
또 끈기 있게 기다리는 법을 안다.
늘 파도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한 달 내내 파도가 없을 때도 있으니까.
‘서핑’은 찬찬히 깨지는 파도의 힘을 같은 속도로 따라가며 하는 운동인데, 
길이 아예 없으면 제대로 된 서핑을 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반대로 다대포에 10초 이상의 파도가 만든 길이 온다면
정말 외국의 서핑 명소 못지않은 환상적인 파도를 즐길 수 있다.
실제로 여름에 가끔 이런 파도가 들어오곤 하는데, 

롱 라이딩을 즐길 수 있어서 이런 날엔 전국의 서퍼들이
다대포에 모여
해변이 북적인다.  
어느 해변에 어느 정도 크기의 파도가 어떤 방향으로 들어오는지,
바람의 방향과 풍속은 어떠한지, 간조와 만조가 언제인지 등
장황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사실은 파도가 살짝 꿈틀거리기만 해도
침 흘리며 바다로
뛰어가는 서퍼가 대부분이다.
나 역시도 그렇다. 


사실 파도가 좋고 안 좋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늘 서핑을 했나 안 했나가 중요할 뿐, 
파도가 좋으면 좋은 대로 즐겁게 서핑할 것이고,
파도가 나쁘면
또 나쁜 대로 공부가 될 것이다.
나는 종종 파도가 없는 날에도
서프 보드를 들고 바다에 간다.
서핑보드에 올라탄 뒤 팔을 젓는
‘패들링’ 연습을 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그냥 바다에서 노는 게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파도가 아주 없는 줄 알았는데 가끔 깜짝 파도가 오기도 한다. 
그럴 땐 정말 감사하고 기분이 좋다. 내가 이렇게나 감사할 일이 많은 
사람이었나 싶어질 정도다. 무엇 이어도 좋고 무엇이 아니어도 좋다. 
언제라도 좋으니 그저, 나는 바다에 갈 수만 있다면 좋겠다. 



* 작가 안수향의 책 <아무튼, 서핑>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 방송용으로 쉽게 풀어쓴 대목 등,

수정한 곳이 있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하시고, 절대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시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