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공감
한국의 서퍼들은 자주 여행을 한다.
부산 송정에 파도가 없으면 포항 신항만이나 영덕 부흥 해변에 가고,
양양 죽도에 파도가 없으면 부산 다대포에 가서 파도를 맞이한다.
발리로 훌쩍 몇 개월 떠나기도 한다.
오직 파도타기를 위해 긴 여행을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서퍼들은 좋은 파도 앞에서 장거리 여행의 고단함을 금세 잊는다.
또 끈기 있게 기다리는 법을 안다.
늘 파도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한 달 내내 파도가 없을 때도 있으니까.
‘서핑’은 찬찬히 깨지는 파도의 힘을 같은 속도로 따라가며 하는 운동인데,
길이 아예 없으면 제대로 된 서핑을 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반대로 다대포에 10초 이상의 파도가 만든 길이 온다면
정말 외국의 서핑 명소 못지않은 환상적인 파도를 즐길 수 있다.
실제로 여름에 가끔 이런 파도가 들어오곤 하는데,
롱 라이딩을 즐길 수 있어서 이런 날엔 전국의 서퍼들이
다대포에 모여 해변이 북적인다.
어느 해변에 어느 정도 크기의 파도가 어떤 방향으로 들어오는지,
바람의 방향과 풍속은 어떠한지, 간조와 만조가 언제인지 등
장황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사실은 파도가 살짝 꿈틀거리기만 해도
침 흘리며 바다로 뛰어가는 서퍼가 대부분이다.
나 역시도 그렇다.
사실 파도가 좋고 안 좋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늘 서핑을 했나 안 했나가 중요할 뿐,
파도가 좋으면 좋은 대로 즐겁게 서핑할 것이고,
파도가 나쁘면 또 나쁜 대로 공부가 될 것이다.
나는 종종 파도가 없는 날에도 서프 보드를 들고 바다에 간다.
서핑보드에 올라탄 뒤 팔을 젓는 ‘패들링’ 연습을 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그냥 바다에서 노는 게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파도가 아주 없는 줄 알았는데 가끔 깜짝 파도가 오기도 한다.
그럴 땐 정말 감사하고 기분이 좋다. 내가 이렇게나 감사할 일이 많은
사람이었나 싶어질 정도다. 무엇 이어도 좋고 무엇이 아니어도 좋다.
언제라도 좋으니 그저, 나는 바다에 갈 수만 있다면 좋겠다.
* 작가 안수향의 책 <아무튼, 서핑>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 방송용으로 쉽게 풀어쓴 대목 등,
수정한 곳이 있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하시고, 절대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시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