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공감
바쁜 여름 - 박성우
상추 열댓 장 뜯고
열무 두어 포기 뽑아다 씻어
늦은 아침을 먹었다
사람이나 손수레만
건너다닐 수 있는
작은 다리에 걸터앉아
냇물과 먼 산을 바라보았다
발아래에서 올라오는
물소리는 세찼고
굽이 너머에 있는
먼 산은 멀리 있어 고요했다
뭉게구름이 뭉게뭉게
흘러가는 하늘은 넓었고
산바람이 보들보들
불어오는 골짝은 좁았다
여름이 깊어질수록
밭고랑 풀은 수북해지고
산등성이 그늘은 짙어지겠지,
서둘러 해야 할 일과
어지간히 늦춰도 좋을 일을
하릴없이 구분해보다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왜가리를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