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814수 먼저 바다를 씩씩하게 건너는 사람_부모
그대아침
2024.08.14
조회 287
아침공감


열무의 두 번째 여름이 찾아올 때쯤
나는 자전거 앞에 아이용 의자를 설치했다.
집에 돌아와 다시 앉혔더니 고분고분히 앉는 것이었다.
조금 달려보니 소리를 지르고 연신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바라봤다.
얼굴로 와 부딪히는 바람이 좋았던 모양이었다.
나무 그늘 아래를 달리면서 나는
"열무와 나의 두 번째 여름이다."
라고 혼자 말해봤다.
첫 번째 여름을 열무는 누워서 보냈고
두 번째 여름에는 아빠와 저전거를 타고 초록색 그늘 아래를 달렸다.
세 번째 여름은 또 어떨 것인가.
지금 내가 가진 기대 중 가장 큰 기대는 그런 모습이었다.
 
아버지는 매일 저녁이면 자전거를 타고
퇴근한 직장 동료나 친구들 집에
놀러 갔었다.
물론 그 자전거 앞자리에는 항상 어린 내가 앉아있었다.
아버지가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동안 나는
낯선 동네에서 제멋대로 뛰놀다
결국은 쓰러져 잠들었다.
돌아갈 때쯤이면 얼굴이 불콰해진 아버지가 나를 깨웠다.
자전거는 가끔 비틀거렸으리라, 나는 가끔 졸았으리라,
하늘에는 별빛이 눈부셨으리라,
아버지는 가끔 노래를 흥얼거렸으리라,
밤길로는 가끔 고장난 백열등이 깜빡거렸으리라,
나는 어른이 되는 꿈도 꿨으리라.
열무와 나의 두번 째 여름은 그렇게 끝나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열무에게 익숙하지 못한 아버지였다.
하지만 내게 아버지가 없었더라면 그마저도 못할 뻔했다.
아이가 생기면 제일 먼저 자전거 앞자리에 태우고 싶었다.
어렸을 때, 내 얼굴에 부딪히던 그 바람과 불빛과 거리의 냄새를
아이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다.
아버지에게 받은 가장 소중한 것.
오랜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남아있는 것.
집이 있어 아이들은 떠날 수 있고
어미새가 있어 어린 새들은
날갯짓을 배운다.
내가 바다를 건너는 수고를 한 번이라도 했다면
그건 아버지가 이미 바다를 건너왔기 때문이다.
나도 이제 열무를 위해 먼저 바다를 건너는 방법을 배워야겠다.
물론 어렵겠지만.



*소설가 김연수의 글
‘내리 내리 아래로만 흐르는 물인가, 사랑은' 이었습니다.
줄인 내용이 있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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