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그늘이라는 말 가끔 듣는다
'그 사람 그늘이었어'
어둑시근한,
가슴이 눅눅히 젖어오는,
그래서 기대보고 누워보고 싶은 말.
가끔은 저 멀리
녹음 우거진 고향마을 같은
촉촉한 흙에 반쯤 묻힌 보리싹 같은 말.
사색으로 충만한,
중력을 느끼지 않아서 좋은 말.
물관으로 흐르는 맑은 피처럼 서늘키도 한 말.
감긴 실꾸리처럼 평안함이 풀려나오는 말,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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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숙 시인의 시 '그늘의 힘'을 읽으면서 새삼 깨닫는다.
'그늘'이라는 단어의 힘을.
그러고보니 소박하면서도 가장 의미 있는 삶은
누군가에게 그늘이 되어주는 삶이다.
말없이 지켜주고 품어주는 그늘.
살아온 날들을 생각해보니 난 언제나 누군가의 그늘 속에서
보호받으며 살았다.
그때는 못 느꼈지만 나를 키운 건 그늘의 힘이었다.
생각해 본다. 나도 살면서 누군가에게 그늘이었던 적이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