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의 시에는 국수, 밥, 가자미, 소주, 시래깃국, 술국 등 수많은 음식들이
등장한다. 아마도 한국 문학사에서 음식을 소재로 가장 빛나는 문학적 성취를 이룬 작가는
백석이 아닐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백석의 시는 <선우사>다.
’반찬 친구에게 바치는 말‘이라고 한다. 시는 이렇게 시작된다.
낡은 나조반에 흰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어서
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가자미를 반찬으로 혼자 저녁을 먹으며 이런 아름다운 시를 쓰다니!
나도 노릇노릇 잘 구운 가자미를 무척 좋아하지만, 먹기에 바쁠 뿐이다.
내가 잘 가는 막걸릿집에서는 가자미 구이를 시키면 사장님이 위생 장갑을 끼고
잘 구운 가자미 한 마리를 통째로 들고 와서는 손님 앞에서 손으로 쭉쭉 찢고 뼈를 발라 준다.
엄마처럼.
사장님은 먹기 좋게 생선을 발라주며 다정하게 말한다.
"따뜻할 때 어여 드세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내 모든 걸 걸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면,
이제는 정말 용기를 내서 고백하고 싶다.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비 오는 날 막걸리나 한잔하자고 불러서 말해야지.
약간의 취기와 백석의 시를 빌려서.
막걸릿집 사장님이 가자미를 찢어주고 가면 살짝 심호흡을 하고 막걸리를
한 모금 마셔야지. 그리고 가자미를 한 점 권해야지. "먼저 드세요."
그러고는 다시 한 번 살짝 심호흡을 하고 백석의〈선우사〉를 외워야지. 바로 이 구절을.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
이 아름다운 구절을 다 외운 다음,
아마도 많이 떨리겠지만, 그 사람의 눈을 바라보며 이 구절만 한 번 더 말해야지.
이번엔 나의 화법으로, 이렇게.
"우리가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아.
같이 있어 줄래?"
*작가 성수선의 책 <우리 먹으먼서 얘기해요> 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있으니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 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