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공감
침묵은 ‘금'일까? 정말 그럴까?
열심히 말해 봤자 은메달밖에 딸 수 없고,
조용히 있어야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는 걸까?
오랜 시간 동안 전해 내려온 속담은 때때로 폭력적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 말을 자주 들었다.
"얘야, 웅변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란다.“
조용히 있으란 얘기로 들렸다. ’나서지 말고,
묵묵히 네 할 일이나 하라'는 말로 들렸다.
친구들에게 약간의 과장을 보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 때면 그 말이 늘 마음에 걸렸다.
언젠가부터 속담에 대항할 배짱이 생겼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나는 언젠가부터 떡잎의 기준을 믿지 않게 됐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둥근 돌보다 모난 돌의 불규칙한
아름다움을 더욱 좋아하게 됐다. 속담의 뜻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더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들에 반항하고 싶다.
될성부르지 않은 나무는 잘 키워 주면 된다.
모난 돌은 따로 모아 두면 쓸 일이 많다.
침묵은 금이지 만, 말하는 것도 금이다. 때로는 말해야 하고, 때로는 침묵할 줄 알아야 한다.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은
분명히 어른들이 만들어 낸 말일 것이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은 상대가 빠른 시간 안에
잘못된 결단을 내려야 자신의 이익이 극대화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널리 퍼뜨렸을 것이다.
어른들은 경험을 많이 했지만
내가 할 법한 경험을 대신 한 사람은 아니다.
내 삶을 미리 살아 본 사람이 아니니 그 판단이 옳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저 좋은 참고가 될 뿐이다.
어떤 떡은 배가 든든해지지만 어떤 떡은 목에 막혀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장고 끝에 두 손을 맞잡으며
악수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오래 생각하고 이것저것 살펴보고 나서야 진짜 악수를
할 수 있는 사업도 많을 것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은 나무에게도 해당사항 없는 말이지만,
인간에게 사용할 때는 치명적인 발언이 될 수 있다.
도끼로 열 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 나무가 세상에는
너무나 많고, 상대방이 싫어하는 게 분명한데도
열 번이나 호감을 표시하는 것은 분명한 폭력이다.
가장 자주 들었던 속담을 면밀히 살펴보자.
옳은 말인지, 반박할 여지는 없는지,
그 속담을 믿는 게 좋은지, 의심해 보자.
* 소설가 김중혁 에세이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볼까?>에서
따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