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공감
“남자들은 왜 고기 굽는 일에 그렇게 진심이야?"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고기 굽기에 진심인 건 대부분
남자들이더군요. 나는 언제부터 고기 굽기에 열중하기 시작했을까? 이 일이 나에게 어떤 만족감을 주길래 나는 사방으로 기름이 튀는 프라이팬 앞에 서 있는 걸까? 저는 고기를 구우며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 이유를 알고 싶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실패하더라도 크게 상관없는 일, 그래서 도전하는 것 자체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미래는 언제나 불안하고, 내가 목표한 곳에 정확히 도달하는 일도 흔치 않습니다. 낙담하는 일투성이고, 나는 왜 이 정도밖에 안될까 하는 생각도 종종 찾아옵니다.
그래서 '섣부른 도전'은 늘 두렵습니다.
요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고, 그 재료마다 익는 시간도 다르기에 굉장히 예민한 노력을 필요로 합니 다. 양념들 중에 무엇 하나가 빠지거나 잘못 들어가면 맛이 확 변하고, 심지어 도저히 못 먹을 음식이 되기도 하죠.
식물을 키우는 일도, 몸매를 가꾸거나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테이크는 다릅니다.
고기 굽기에 실패해도 그저 '조금 덜 익은 고기가
되거나 '조금 더 익은 고기 가 될 뿐입니다.
덜 익은 고기는 다시 조금 더 구우면 되고, 조금 더 익어버린
스테이크는 천천히 씹으면서 고소한 맛을 더 느끼면 됩니다.
그리고 다음번에 더 잘 구워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면 될 일입니다. 성공했을 때의 기쁨도 있지만 그보다는 실패했을 때
덜 아픈 도전이라는 점이 많은 사람들이 고기 굽기에 열중하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 각이 들었습니다. 근사한 인생을 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요즘은 누군가가 나를 앞서가는 것만으로 내가 뒤처졌다고 느끼는 시대니까요.
뭐든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고기 정도는 저도 잘 구울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오늘도 고기를 굽습니다. 아내와 맛있게 나눠 먹는 것만으로
소소한 저녁식사의 행복을 느끼기엔 충분하 니까요.
세상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한 날이면 저는 고기
한 덩이를 정성스레 구울 겁니다.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적어도 하나 쯤은 있어야 세상 살 맛이 나는 법이니까요.
*책 <요즘 사는 맛2>, 글쓴이 :인디 뮤지션 ‘스탠딩 에그’ 의 ‘고기 굽기에 진심입니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하시고
개인 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