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공감
조선시대 회화 수집가 ‘김광국’은 평생 모은 그림을 하나의 화집으로
완성한 후 문인 유한준에게 발문, 즉 추천사를 부탁했다.
그림을 모은 이가 평생 바라보고 아낀 그림을 하나의 책으로 묶어 만든
화집에 어떤 말을 남길까?
오랫동안 고민했을 유한준의 발문은 그런 고심 끝에 만들어졌다.
‘그림에는 그것을 아는 자가 있고, 사랑하는 자가 있고,
보는 자가 있고, 모으는 자가 있다. 알면 곧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니, 그것은 한갓
모으는 것이 아니다.’
회화 수집가 김광국의 안목에 대한 이 문구는
미술사학자 유홍준 교수에 의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로 번안되어 유명해졌다.
오늘날에도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되는 이 말은 가끔 오독되기도 한다.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나머지 알지 못하면 즐길 수 없다고 단정하거나
지레 포기하게 된다. 무언가를 바라보고 알아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
‘이렇게 많은 지식을 다 알려면 나는 틀렸네'와 같은 좌절감을 주는 일이
아님에도 말이다. 그림을 사랑하게 된 이는 마음에 공간이 생긴다.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내 안에 고정되었던 시선이 바깥을 향해 열린다.
대상을 더 섬세하게 느끼고 알고 싶다는 열망이 커진다.
그림 한 점 앞에 오래 서서 머물기도 하고,
이미 본 그림을 또 보러 가기도 한다.
화가의 시선이 도달한 공간, 붓을 잡은 이의 시간에 스치던 생각과 감정에 닿는다.
어떤 의도나 목적 없이도 무언가로 향하는 마음 그대로를 인정하게 된다.
알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에 알게 되는 것이다.
사랑은 알지 못하는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긴다.
언제나 그랬지만, ’느낌‘이 먼저다.
* 큐레이터 정명희의 책 <멈춰 서서 가만히> 중에서.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을 확인해 주시고
개인 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