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공감
<명랑> – 고영민
나는 내가 좋습니다
당신도 당신이 좋습니까
낮에 당신은 당신에게 뭐라 말합니까
밤에 당신은 당신에게 뭐라 말합니까
오늘 당신에게 내 생각이 잠깐 다녀갔습니까
오늘 나에게 당신 생각이 잠깐 다녀갔습니까
가볍게 오고 싶지 않습니다
가볍게 가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입니다. 나는 내가 좋습니다
당신도 당신이 좋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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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은 밝음이 가득한 상태지요.
명랑은 ‘나는 내가 좋습니다’에서 비롯되지요.
이런 명랑을 가지고 있으면 ‘당신도 당신이 좋습니까’ 물을 수 있어요.
명랑하면 ‘오늘 나에게 당신 생각이 잠깐 다녀갔습니다’가 아니라,
“오늘 나에게 당신 생각이 잠깐 다녀갔습니까”라고 묻게 되지요.
약간은 장난스러운,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물음표.
명랑도 가볍게 오가고 싶지 않아요.
명랑은 슈퍼맨처럼 솟아올라요.
감당할 수 없는 풍경을 넘어설 때에도 명랑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명랑이에요. ‘정말입니다, 나는 당신이 좋습니다.’ 그리고,
‘정말입니다, 나는 내가 좋습니다.’ 그런 명랑들이 나란할 때,
서로를 밝고 밝히는, 진정한 명랑 한 쌍이 되지요.
* 시인 이원의 책 <시를 위한 사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