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613목 나무의 우듬지처럼
그대아침
202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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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공감


10여 년 전, 내가 숲 해설가 강의를 나갔을 때,
여러 교육생 중에
말기 암 환자가 있었다.
백발이 성성한 그 교육생은 누구보다
많이 질문하며
수업에 적극 참여했고 암 환자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두 눈이 아이처럼 빛나고 말에도 힘이 묻어났다.
나는 교육이 끝난 후 조용히 여쭤봤다.
몸도 많이 힘드실텐데 어떻게 이 교육을 듣게 되셨어요?”
노인이 내게 들려준 얘기는 이랬다.
그가 말기 암 판정을 받은 건 5년 전.
몇 차례 수술과 항암치료를 거듭하며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죽기 전에 산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란다.
그러나 산으로 들어간 지 수개월, 하루하루가 너무 지겨웠다.
그래 죽을 때 죽더라도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지 말자.”
그렇게 그는 풀과 나무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독학을 하다가 내친 김에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숲 해설가 교육을
신청한 것이다.
사실 죽을 자리를 찾아 산에 갔어요.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내가 환자라는 사실도 잊게 되더군요.”
그를 보면서 생각했다. 그가 나무를 참 많이 닮았다고.
나무는 싹을 틔운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해를 바라보며
오직 하늘을 향해 뻗어나간다. 이때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나무의 맨 꼭대기에 위치한 줄기, ‘우듬지. 우듬지는 나무가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래 가지들이 제멋대로 자라는 것을 통제하고,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앞장서서 생존의 길을 만든다.
우듬지가 구심점 노릇을 해주어서 나무는 자라는 동안 일정한 수형을
유지할 수 있다. 사람도 똑같다. 사람을 살게 하는 건 그만의 우듬지’.
, 스스로 찾은 삶의 의미이다.




* 나무박사 우종영의 책 <나는 나무처럼 살고싶다>에서 따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