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공감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몰락하는 자>라는 소설이 있다.
훌륭한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촉망받는 두 음대생이
세기의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를 만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의 등장인물 ‘베르트하이머’와 화자인 ‘나’는 잘츠부르크 음대에서
거장 ‘호로비치’에게서 피아노를 사사 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천재 글렌 굴드를 만나게 되면서 자신들의 예술적 재능을
의심하고 절망에 빠진다.
글렌 굴드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생각한 두 사람은
결국 피아노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한 사람은 끝내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아간다.
두 사람은 포기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믿었다.
자신들에게 천재적 재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보다
꿈을 포기하는 편이 그들에게 더 쉬운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렇게 가능성의 문을 닫은 채, 실패와 원망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버린다.
이 소설의 화자에게 경쟁이란 ‘올 오어 낫씽’이다.
그는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될 수 없다면 어중간한 연주자가 되느니
피아노를 포기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타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의 보이지 않는 불행은
피아노를 치는 즐거움을 놓쳐버린 것이다.
경쟁과 시기는 모든 즐거움을 앗아가고 우리를 고통 속으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 그것들은 결국 재능과 아름다움에 대한 감수성을 억누르고
무뎌지게 한다.
* 마리나 반 주일렌의 책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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