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공감
얼마 전 낭독회 자리에서 김현 시인은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은
꽃이 예쁘다는 걸 알게 된 거라고 했다. ‘어머나, 꽃을 좋아한다는 게
나이가 든 증거라니. 나는 꽃 안 좋아해야겠다.’ 속말을 했다.
꽃 싫어하는 사람 없다는 말도 있고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주욱 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싶다가도 꽃 사진을 찍어 보내는 친구들이
마흔 줄에 와서 느는 것만 봐도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갑자기 왜 꽃이 좋아졌을까? 궁금해서 물어봤다.
“그런데, 왜 나이가 들면 꽃이 예뻐 보이는 걸까요?”
그러자 관객석에서 손을 번쩍 든다. ‘구나’라는 자신의 닉네임을 소개한 분이 말했다.
“젊을 땐 꽃이 자기 안에 있으니까요.”
우아, 어쩜 말도 꽃같이 하실까. 그러자 앞에 앉은 이동우 시인이 거들고 나섰다.
“젊은 시절에는 자기 안의 변화가 너무 스펙터클해서 밖을 볼 새가 없었는데,
나이가 들면 그 변화들이 잦아들고 바깥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김은지 시인에게 낭독회 때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나이 들면 꽃이 좋아진다는 말처럼 쓰는 말이 있다며
“나이가 들면 참외 맛을 안다”는 말을 알려주었다.
나는 여전히 참외보다 수박이 맛있긴 하지만, 어릴 때처럼 참외 맛을 모르진 않는다.
미각이 발달하여 밍밍하고 슴슴하던 참외가 확 달아지는 순간이 내게도 찾아온 것이다.
맛을 즐길 줄 알게 되었다고 할까? 점점 나이 든다는 게 좋아진다.
“내가 텔레비전 퀴즈쇼에선가 들었는데 인간의 뇌는 중장년이 가장 뛰어나대.”
김은지 시인은 꽃이 좋아지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더욱더 좋아진다. 찾아보니 정말이다.
여성 심리학자 셰리 윌리스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나이 들수록 인지능력이 더 좋아진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나는 중년이고 감각이 깨어 있으며 인식의 폭이 넓어 이해력이 높다.
이해하니까 누릴 수 있다. 더 마음껏 좋아할 수 있다.
꽃이 이렇게 예쁘다면, 다른 많은 사물은 얼마나 더 아름다워 보일까?
나이 드는 일이 기대된다.
*시인 이소연 <이소연의 시적인 순간> '꽃이 좋아지는 나이' 였어요.
줄인 내용이 있으니 원문으로 확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