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성은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시리얼 브랜드인 '알펜(Alpen)'과
발음이 비슷하다. 그래서 어릴 땐 알퍼야, 오늘도 알펜 먹었니?",
"네 아버진 알펜 만드는 회사에 다니시니?"라는 식의 놀림을 많이 받았다.
이름을 가지고 놀림을 당하는 사람은 처음엔 웃어넘길지 몰라도
나중에는 화가 나기 마련이다.
유명인(아니면 나처럼 유명 브랜드)과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에겐
그들만의 고충이 있는 것이다.
영국에서 가장 흔한 이름 중 하나는 ‘마이클 잭슨’이다.
마이클은 영미 권에서 언제나 인기 있는 이름이고, 잭슨이란 성도
한국의 박 씨나 이 씨처럼 아주 흔하다.
가수 마이클 잭슨이 한창 인기 있던 1980년대에는 영국의 수많은 마이클 잭슨들이
자신의 이름을 자랑스러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영국의 마이클 잭슨들은 자신의 이름을
다른 식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예컨대 '믹' 잭슨이나 '마이크'잭슨으로.
영국에서 이름 때문에 가장 곤란을 겪는 사람들은 ‘해리 포터’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이다.
사실 해리 포터라는 이름은 영국에서 마이클 잭슨 만큼이나 흔하다.
다행히 해리는 보통 해럴드의 약칭이니 누가 물어보면
'해럴드 포터'라고 둘러대는 게 가능하다. "해럴드 존 포터'"라는 식으로 즉석에서
중간 이름까지 만들어 붙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이름을 바꾸는 게 불가능하다.
한번 이름을 부여받으면 법원에 개명 신청을 하지 않는 한
그 이름으로 평생 살아야 한다.
내 친구 중에는 이대호나 박찬호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물론
김연아나 김태희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도 있다.
내 친구 김태희 씨의 경우,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종종 가수 비는 잘 지내나요?"라고
농담을 건다고 한다.
그런 농담을 120번쯤 들은 내 친구 김태희 씨의 기 분이 어떨지 상상해보라.
"역지사지'란 이럴 때 필요한 배려다.
* 칼럼니스트 '팀 알퍼'의 책
<우리 옆집에 영국 남자가 산다(유쾌한 영국인 글쟁이 팀 알퍼 씨의 한국 산책기)>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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