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624월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센 것은 '내 마음'이란다
그대아침
202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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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공감


 

<행복론>- 조지훈

멀리서 보면 보석인 듯
주워서 보면 돌멩이 같은 것
울면서 찾아갔던 산 너머 저 쪽
아무데도 없다
행복이란
스스로 만드는 것
마음 속에 만들어 놓고
혼자서 들여다 보며 가만히 웃음짓는 것
아아! 이게 모두 과일나무였던가
웃으며 돌아온 초가삼간
가지가 찢어지게 열매가 익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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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관해 가장 널리 알려진 정설은 마테를링크의 파랑새일 것이다.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 아주 평범한 모습으로 있더라는 이야기 말이다.
이 시를 조금만 읽으면 파랑새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이 다르다.
파랑새의 행복은 집 안에 있었지만,
조지훈의 행복은 집 안에도 있지 않았다.
집보다 더 가까운 곳, 더 깊숙한 곳, 바로 마음 안에 행복이 있다고
시인은 말한다. 게다가 행복은 거기에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일체유심조, 한 점 형태도 없는 마음 자락이 오늘을 천국으로 만들기도
하고 지옥으로 망치기도 한다. 시를 읽고 오늘의 행복을 생각한다.
할 일이 생겼다. 파랑새도 없는 집 안에, 파랑새처럼 잠든 아이의 귓가에 대고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것은 네 마음이란다라고 속삭여줘야겠다.

(문학평론가 나민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