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626수 길 위에서 우리 친절- 해요
그대아침
2024.06.27
조회 287
아침공감


운전을 하다 보면 특정 개인에게 애정이 생기기도 한다.
도로 위에서 베푼 그들의 친절함과 매너 덕분이다.
한번 세게 반하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예뻐 보이는 게 인지상정인지라
내 눈에는 그들이
탄 차도 온통 예뻐 보인다.
크면 커서 예쁘고, 작으면 작아서 예쁘고,
색도 찰떡같고, 뒤태도 멋지다.
도로 위 천사들이 내게 미친 영향은 꽤 크다.
재작년, 내가 세상에 유해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세상을 좋은 쪽으로 끌고 가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은 차치하더라도
내가 살아가는 방식 하나하나가 세상을 좋지 않은 쪽으로 끌고 가고 있음이
선명히 보였다
. 제로 웨이스트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거의 끊었던 고기도
전보다 더 먹고, 한 사람에 대한 뒷담화를 끊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누적된 경험이 편견을 굳히기도 하는 등 죄책감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었다.
내가 있어서 세상에 좋을 게 무얼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나의 유해함을 점점 더 크게 의식하게 될 것 같아 뭐라도 세상에
좋은 일을
하고 싶었다
. 그때 떠 오른 게 차도 위에서라도 아주 작은 친절의 행동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

그날부터 나는 내 앞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차가 있으면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무조건 허용해준다.
앞차가 고맙다며 비상 등을 깜빡이면
나의 유해함의 무게가 희미하게 덜어지는 것만
같다
. 내가 저지르는 일들에
비해 이 작은 친절은 매우 미미하지만
그래도 나는 도로에 친절을 슬쩍
뿌리는 일을 계속한다.
내게 친절을 베풀어주었던 운전자들처럼.
최은미 작가의 단편소설 그곳을 읽는데 나와 비슷한 인물이 나와 반가웠다.
친절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는 자주 마주치는 택배 기사를 좋아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이렇다
. "내가 먼저 길을 지날 때는 택배차가 속도를 늦췄고
택배차가 먼저 지날 땐 내가 잠시 걸음을 멈췄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그 사실에 갑자기 눈물이 날 때가 있었다.
트럭이 나를 보면 멈출 것이라는 걸 내가 알았다는 사실에."
'
'는 말한다. "내가 의지했던 친절의 순간들도"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다. 이런 글을 읽을 때도 나의 유해함의 무게가
미세하게 덜어지는 기분이 든다. 내 작은 친절이 그곳'에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 작가 황보름의 책
<단순 생활자>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주시고
개인 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