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공감
금년에도 다들 벚꽃놀이 하셨죠? 벚꽃놀이만 하지 마시고,
벚꽃이 지고 난 다음에도 벚나무에게 눈길을 좀 주십시오.
벚꽃 필 때만 쳐다봐주시고 1년 내내 한 번도 안 쳐다보시잖아요.
벚나무는 꽃부터 먼저 피웁니다. 이파리가 나중에 나잖아요.
그런데 이파리 났을 때 한번 보세요. 이파리 밑동에 혹 두 개가 나 있어요.
거기 혀를 대보시면 달콤합니다. 꽃 안에만 꿀샘이 있는 게 아니고,
식물 중에는 꽃 밖에도 꿀샘을 가진 식물들이 있습니다.
꽃 안에 있는 꿀샘은 벌과 나비를 위한 것이지만, 꽃 바깥에 있는 꿀샘은
오로지 개미를 위한 겁니다. 개미가 와서 그 꿀샘에서 단물을 채취하는데,
개미가 오르락내리락하기 시작하면 이 식물에 아무도 얼씬거리지 못합니다.
가장 잘 연구된 게 '쇠뿔아카시아'라는 열대 지방의 식물이에요.
쇠뿔아카시아에는 뿔모양의 가시가 붙어있는데 개미가 살도록
그 안을 비우고 삽니다. 집만 주는 게 아니라 이파리 끝에 단백질이 풍부한
물질을 만들어서 매달아놓아요. 개미가 받기만 하고 입 씻으면 안 되죠.
개미는 쇠뿔아카시아를 위해 온갖 초식곤충을 다 잡아 죽입니다.
저희가 실험을 한번 해봤어요. 개미가 살지 않는 나무 옆에는
온갖 식물이 경쟁하며 같이 사는데, 개미를 살게 해준 쇠뿔아카시아의
변방 직경 5미터 내에는 아무도 살지 못합니다. 주변에 있는 모든 식물을
뿌리부터 다 잘라내고 아카시아 혼자서 물을 빨아당기고 햇빛 받으며
제일 먼저 크는 겁니다.
이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공진화하면서 살았는지를 조사해보니까,
한 5천만 년 동안 이렇게 해왔다는 겁니다.
이 세상에 개미가 옮겨주지 않으면 발화하지 않는 식물이 수백 종입니다.
개미는 굉장히 많은 식물과 이런 관계를 맺고 삽니다.
굉장히 이로운 동물이고, 온갖 동식물과 손잡고 살 줄 아는 동물입니다.
이제 마무리하겠습니다.
성경 말씀 「잠언」 6장 6절에서 솔로몬 대왕님이 우리를 꾸지람하시네요.
"게으른 자들아, 개미에게 가서 그가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으라."
* 생물학자 최재천 <최재천의 곤충사회>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하시고
개인 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