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을 기리는 노래 – 파블로 네루다
찌는 여름의 나무
황색 태양, 지쳐 늘어짐
목은 탄다, 이도 입술도, 혀도
우리는 마시고 싶다
폭포를, 검푸른 하늘을, 남극을,
그런 뒤 제일 찬 것
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들을,
그 둥글고 멋지고, 별 가득한 수박을,
그건 목마른 나무에서 딴 것.
그건 여름의 초록 고래. 물의 보석 상자,
과일 가게의 냉정한 여왕, 심오함의 창고, 땅 위의 달!
너는 순수하다 네 풍부함 속에 흩어져 있는 루비들,
그리고 우리는 너를 깨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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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갈증을 식히는 데 수박만 한 게 또 있을까.
단골 카페에서 수박 주스를 마시며 아침을 시작한다.
시원한 것 중에 제일 시원한 것, 입에 들어오는 순간
그 청량함이 목을 지나 온몸에 분수처럼 퍼져나가고 하늘에 별이 반짝인다.
수박을 ‘여름의 초록 고래’ ‘물의 보석 상자’에 비유하다니, 멋지다.
‘초록 고래’를 읽는 순간 태평양을 유유히 헤엄치는 고래가 떠오르며
가슴이 시원해진다. 언어란 참 묘한 것이다. 덥다고 말하면 더 덥다.
찌는 듯 무더운 오후, 오븐에 구워진 생선처럼 활기를 잃고
멍하게 있는 사람들에게 ‘물의 보석 상자’를 추천한다.
한 통은 너무 무겁고 부담스러워, 수박을 자르는 칼질이 귀찮아
‘과일 가게의 냉정한 여왕’을 사서 마신다. 주문하면 직접 갈아서 내놓는
신선한 음료. 남극을 입에 집어넣고, 내 얼굴을 수박 속에 파묻고
세상만사 잊으련다.
*‘파블로 네루다’의 시 ‘수박을 기리는 노래’에
시인 ‘최영미’의 감상글이 이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