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공감
바다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는 바다가 너른 품이다.
마음이 소란할 때는 내가 자란 바다에 다녀왔다.
신발을 벗고 모래를 보득보득 밟고서 바다 가까이 다가갔다.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갔다. 파도는 때때로 발에 닿았다.
바닷물이 차게 스며들고 스르르 모래가 빠져나갔다.
발아래 내 자리만큼만 미세하게 움푹해졌다.
맨발로 젖은 모래 위에 오도카니 서서 바다를 지켜보았다.
쏴아아 쏴아아.
밀려오고 닿았다가 밀려가고 사라진다.
나에게 닿을 때도 있고 닿지 못할 때도 있지만,
결국 파도는 닿게 되리라는 걸 아는 사람처럼 나는 바다를 보고 들었다.
살아가면서 지키기 힘든 건 언제나 마음이었다.
내 마음 썰물 같아 한없이 밀려가 소진되어버릴 때 마다,
그래서 나 자신이 사라져버린 것 같을 때마다,
모르는 새 익숙해진 노랫말처럼 어떤 문장을 읊조렸다.
"삶이 늘 시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최소한 운율은 있다."
바다에서도 그랬다.
일정하게 반복되고 되돌아오는 풍경과 소리.
지금 내가 보고 듣는 것이 바다의 운율이라면,
내 삶의 운율도 마치 바다와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살다가 잠시 멈춰 선 지금 내 마음은 어떤지 궁금했다.
"살아보니 행복도 불행도 겪어볼 만은 하다.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가까이 다가가렴.
너무 좋아하지도 말고 너무 싫어하지도 마. 왔다가도 간다.
다시 오더라도 다시 가. 오고 간다, 삶이라는 게.
오고 가는 일을 모두 겪어보자면 마음이 잔잔해지는 때가 온단다.
오늘 평온한 바다 처럼."
새벽녘과 해 질 녘의 바다의 얼굴,
발바닥에 남은 파도의 감촉, 모래 틈에 반짝이는 조개껍데기,
주머니와 운동화에 바작거리는 모래알,
그리고 같이 바다를 걸었던 엄마의 말을 주워 담아 집으로 돌아왔다.
긴 잠을 자고 일어나니 일상이었다.
책장을 뒤져 앨리스 메이넬의 산문 「삶의 리듬」을
다시 찾아 읽었다. 이번에는 다른 문장이 주머니에 모래알처럼
남는다.
"행복은 사건에 달려 있지 않고
마음의 밀물과 썰물에 달려 있다.“
창밖은 파랑. 평온한 바다를 닮은 하늘이 펼쳐져있다.
내 마음의 파도는 지금도 오고 간다.
바다에도 삶에도, 그리고 내 마음에도 운율은 있다.
오늘은 행복하겠다고 마음을 움직여본다.
삶이 늘 시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최소한 운율은 있다.
* 작가 고수리의 책 <선명한 사랑>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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