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공감
도마에 칼이 탁탁 부딪히는 소리가 제일 듣기 좋다는
어떤 어머니의 자식들을 ‘않아’는 싫어한다.
칼질하면서 어머니가 행복해한다면 오산이다.
칼질하기 전까지 껍질을 벗기고, 다듬고,
그것들을 사러 갔다 오는 시간이 있었다. 피곤했다. 하기 싫었다.
더러운 흙이 손에 묻었다. 미끈거리는 것이 바닥에 쏟아졌다.
냉장고에서 그릇이 미끄러져 내용물이 쏟아지고 그릇이 깨졌다.
치워야 한다. 행주를 빨았다. 칼에 손이 베였다.
이틀만 닦지 않으면 집안에 먼지가 창궐한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요리사들은 이 과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bg up & down
‘않아’는 어머니가 고등어에 소금을 뿌려 냉장고에 넣어두었다는 노래를
싫어한다. ‘않아’는 생선 아가미에 손 집어넣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어머니가 차린 둥근 밥상이 가장 좋았다는 시 또한 싫어한다.
그동안 우리가 집단적으로 어머니를 속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
가사 노동이라 불리는 이 삶,
이 착각에 빠지면 누구나 헤어나지 못한다.
어머니신화의 최면에 빠져 도마에 동식물을 올려놓고 썰어대게 된다.
그러다보면 그릇들이 손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이 면면한 모성신화에 복무하느라 어머니들이 제일 힘들다.
어머니 노릇하느라고, 세세연년 자손을 번창케하라는
보이지 않는 그분의 명령에 복무하느라고,
남의 입에 들어가는 것을 만드는 데 평생을 바치게 된다.
어머니도 가끔 아니 더 자주 하기 싫어한다.
*김혜순 시인의 시 '어머니도 하기 싫어한다' 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