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가 “요즘 살이 많이 붙은 것 같아. 나잇살인가?
나 다이어트 좀 해야겠지?”라고 하기에 대번에 이렇게 답했다.
“무슨 소리야, 우리 나이엔 풍채를 유지해야 한다고.”
‘풍채’라는 말이 튀어나온 바람에 둘 다 키득거렸다.
이후로 나는 ‘풍채’라는 말에 대해 곰곰 생각했다.
사전을 찾아보면 ‘풍채’란 ‘드러나 보이는 사람의 겉모양’이라는 뜻이니
‘겉모습’ ‘외양’이란 말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풍채는 주로
‘풍채가 좋다’ ‘풍채가 당당하다’ 등으로 겉모습의 늠름하고 반듯한
기운 같은 것을 칭찬할 때 쓰인다. 풍채, 풍채라고 여러 번 되뇌다 보면
그 말 맛에 제법 기분 좋은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요즘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잘 쓰지 않고 ‘풍채 좋은 회장님’처럼
주로 나이 먹고 살집이 있는 남자의 외모를 에둘러 칭찬할 때나 쓰는 말 같다.
그래선지 일상 생활에서 그리 친숙하게 쓰이지는 않는다.
‘풍채’라는 말은 몸의 각 부분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전체적인 인상을 아우른다.
좋은 풍채란 저마다 다르며, 거기엔 자세나 태도, 기운 등
많은 것들이 포함된다. 나는 이 말이 다이어트라는 말보다 더 많이 쓰인다면
참 좋을 것 같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30대 후반의 참 멋진 여성이 있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고 몸이 탄탄하며 말수가 적다.
나풀거리는 느낌이 없고 어딘지 묵직한 대장부의 기운을 풍기는 사람으로,
원피스를 입고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갈 때면 보는 내가 다 시원하다.
그런데 그 사람의 당당한 외모를 칭찬할 말이 없다.
물론 요즘은 사람의 외양을 놓고 가타부타 평가질 좀 하지 말자는 추세지만,
어떤 아름다움이나 경탄을 자아내는 모습에 속으로라도 마땅히 붙일 말이
없다는 건 답답하다. 그리고 여성의 몸이 듬직하고 멋있음을 시사하는 말은
어떤 방식으로든 무례가 되기 쉽다. 그러다 속으로 생각한다.
아, 풍채가 참 좋구나! 그래놓고 나 혼자 내적 박수를 치며 기특해 한다.
관습적으로 풍채는 남성에게만 해당하는 말처럼 쓰이지만
나는 이 좋은 말을 보다 많은 여성들이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에세이 작가 김하나의 <김하나의 만다꼬>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있으니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 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