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공감
우리 할아버지는 큰 병 없이 살다 아흔에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 할아버지는 내가 사드린 푸른 스웨터를 입는 도중에도
졸았다. 식사를 앞에 놓고도, 음식물을 씹으면서도 졸았다.
다된 불꽃처럼, 그는 자꾸 꺼지고 싶어 했다.
한쪽 팔이 부러져 다른 한쪽 팔만 겨우 걸치듯 입은 스웨터 속에서
그는 공들여 작아졌다.
완전히 늙는 일. 그것은 초가 끝까지 녹아 없어지는 일과 같다.
그를 돌아가시게 ‘두고’, 무력한 나는 겨우,
이렇게 시작하는 시 한 편을 썼다.
“늙어 죽는 사람은 새벽이 가만히 놓아주는 사람
/ 달의 손바닥이 둥둥 바람에 흘러간다”
달도, 자연도, 우주도 손을 놓고 그를 보내주는 일. 정말 아득한 일이다.
며칠 전 경비실 앞을 지나다 경비 아저씨가
“네가 있어 행복해”라는 가사에 맞춰 동요를 부르고
박수치는 모습을 보았다.
경비실에 놓인 작은 텔레비전을 보며, 아저씨는 박수를 치고
혼자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만사가 시뜻해 시무룩하게 걷던 나는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아 당황했다.
아저씨가 무안해 할까봐 못 본 척 얼른 지나갔다.
욕망도 소란도 없이, 자신의 처지에 감사하며
순하게 늙는 일이란 얼마나 귀한 일인가.
좁은 공간에 있으면 답답하고 우울하시겠지, 추측했던 내 판단이 틀렸다.
어떤 어른은 나이가 들수록 순해진다. 순한 노인이 된다.
스무 살 이후로 나는, 어떤 일을 겪어도 순해지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지금도 그 기도는 끝나지 않았다. 내 꿈은 순한 노인이 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사라질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
늙는 것은 오래되어가는 것이다. 오래된 것은 귀한 것이고.
*시인 박연준 에세이집 <모월모일>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있으니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 SNS등에 본문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