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파리 시내에서 연극을 봤다.
문학에 조예가 깊다고 알려진 일흔의 프랑스 국민 배우가
《레 미제라블> 로 유명한 작가 빅토르 위고의 삶을 들려주고
그의 글도 읽어주는 연극이었다. 워낙 인기 있는 배우인 데다
전석 매진돼 공연 시작 전부터 객석이 설렘으로 가득했다.
막이 오르자 기대는 금세 우려로 변했다.
노련할 것이라 생각한 배우의 발성은 불안정했고, 표정도 과해 보였다.
'극의 특성 때문에 일부러 저렇게 연기하는 걸까? 아니면 컨디션 문제려나?‘
생각하며 지켜보는데 다행히 발성이 점점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극이 무르익은 어느 순간, 노장의 열연에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참 이어지던 박수 소리가 멎자 그가 무대 앞쪽으로 나와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오늘 컨디션이 별로였어요.
어제 공연이 기대에 못 미친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거든요.
용기가 필요한 순간에 박수를 보내주시니 힘이 납니다.
제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시는 모습도 감동적이고요.
이런 응원은 참 소중하지요."
예기치 않은 노장의 솔직한 고백에 순간 코끝이 시큰해졌다.
평생 박수만 받아 왔을 것 같은 그에게도 응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니.
어쩌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박수가 필요한 존재가 아닐까.
문득 돌아본다.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응원을 보내고 있는지.
*<좋은 생각> 5월호에 실린,
작가 곽미성의 글 ’박수의 힘‘ 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