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공감
어느 날 나는 화난 코뿔소처럼 숨을 식식거리고 있는 나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해서 내 나름의 궁리 끝에 이 몇 가지 일을 평소에 해보기로
작심했던 것이다. ‘손에는 일을 줄여라, 몸에는 소유를 줄여라,
입에는 말을 줄여라, 대화에는 시비를 줄여라, 위에는 밥을 줄여라...‘
고개만 들면 곧바로 눈에 띄는 곳에 이 다섯 가지 항목을 적어두고서
틈이 나는 대로 점검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돌아서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또 금방 잊어버리기를 잘한다.
우리는 눈이 바쁘고, 코가 바쁘고, 귀가 바쁘다.
우리의 마음에는 왜 빈방이 없는 것일까.
우리는 눈과 코와 귀를 저만치 떨어진 곳에 세워놓고
바깥에 무슨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지,
바깥에 무슨 기변이 생겼는지 살피길 좋아한다.
바깥이 시끄럽지 않으면 살맛이 영 덜하다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다른 사람의 입맛에 맞춰 살 수는 있어도 정작 내 마음의 궁핍은
관심이 대상이 아닌 듯해 보이기까지 한다.
말하자면, 다른 사람의 생활에서 벌어지는 드라마는 즐겨보되
내 마음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드라마에는 별반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우리는 거실에서 켜 둔 드라마를 언제쯤 꺼 조용한 거실에서 살게 될까.
바깥에서 찾지 말고 신속히 내 마음에게로 돌아갈 일이다
깨끗하게 비질된 마당에 홀로 서 있는 자신을 상상해보라.
우리의 마음을 그곳 어디쯤 살게끔 하면 어떨까.
* 시인 문태준의 산문집 <느림보 마음>에서 따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