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공감
미사 시간에 한 아이가 미사 볼 때
제발 졸리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나 조는 사이, 하느님이 다녀가시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무엇을 빌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나는 그저께 집 나간 반달이가
부디 좋은 주인 만나 잘 살게 해달라고 빌었다
구박받다 울며 돌아왔을 때 집 비우는 일 없게 해달라고 빌었다
저 아이에 비하면 너무 큰 욕심인 것 같아
제발 무서운 짐승에게 잡아먹히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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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의 시 <기도>다.
내가 올린 몹쓸 기도를 떠올려본다. 초등학교 3학년 때다.
‘신발을 가져간 놈이 누군 줄 알고 있어요.
제가 신발코에 ’무좀‘이라고 써놨거든요.
근데 훔쳐 간 애가 자기가 무좀이라고 쇠부지깽이로 지져놓았다는 거예요, 하느님. 그 녀석의 무좀이 도지게 해주세요.“
나는 곧 친구 발에 무좀 취소 해달라는 기도를 올린 것도 밝혀두겠다.
아 다시 하나 떠오른다. 어린이들의 순수한 기도문을 몇 개 알고 있다.
하느님도 웃으실 기도문 몇 개만 옮긴다.
“만일 알라딘처럼 마술 램프를 주시면 하느님이 갖고 싶어하는 건
다 드릴게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학교에 못 갔던 날 있잖아요.
기억하세요? 한 번만 더 그랬으면 좋겠어요.”
“하느님은 천사들에게 일을 전부 시키시나요?
우리 엄마는 우리가 엄마의 천사래요.
그래서 우리한테 심부름을 다 시켜요.”
“하느님, 사람을 죽게 하고 또 만드는 대신,
지금 있는 사람을 그대로 놔주는 건 어떻겠어요.”
내가 하느님이라면 아이들의 기도만 듣겠다.
이제 한없이 낮게 기도해야겠다.
*이정록 산문집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
에서 따온 글.
* 줄인 내용이 있으니 원문으로 확인 해주시고
개인 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