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파리에 도착한 그날 오후, 누가 내 침실 문 아래로 쪽지를 밀어
넣었다. 내용이 아주 재미있었다”고 잉그리드 버그만은 자서전에 썼다.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고 한다.
"모임의 주제- 저녁식사. 프랑스 파리. 6일 6시 45분. 수신- 잉그리드 버그만."
2. 우리는 오늘 저녁 당신을 초대하는 이 초대장과 함께 꽃을 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꽃값과 저녁식사 둘을 모두 지불할 여력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투표를 했고 근소한 차이로 저녁식사가 선정되었다.
3. 저녁식사 생각이 없다고 하면 꽃을 보낼 수도 있다는 제안이 있었다.
이 안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4. 꽃 말고도 우리에게는 어수룩한 방법들이 더 있긴 하다.
5. 우리의 매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 자세히 쓰지는 않겠다.
6. 우리는 6시 15분에 잉그리드 버그만 당신에게 전화를 할 것이다.
7. 우리는 잠을 자지 않고 있을 것이다.
쇼와 카파, 두 남자가 그날 저녁 6시 15분에 전화를 했을 때
잉그리드 버그만은 리츠 호텔의 지하 바에서 두 사람을 만나겠다고 했다.
약속한 6시 30분에 멋드러진 고급 가운을 입고 머리에 붉은 꽃 한 송이를 꽂은 그녀가
나타났는데, 두 남자는 이미 술에 취해 있었다.
그녀가 대단할 것 하나없는 자신들을 만나러 왔다는 사실에 몹시 놀란 두 남자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여인을 맞았다.
나중에 잉그리드 버그만은 이렇게 밝혔다.
‘호텔방에서 앉아 꽃병을 바라보느니, 저녁식사를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초대를 받아들였다‘
이 글은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의 전기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로버트 카파는 20세기 격전의 장소를 찾아다녔던, 전설적인 사진기자입니다.
희생과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 전선에 뛰어드는 ‘카파이즘’이라는 말을 만든 장본인이지요.
굵직한 전쟁터에는 늘 그가 있었고 그 때문에 생생한 사진들이 남아있습니다.
앞서 나오는 내용은 그가 잉그리드 버그만에게 작업 걸었을 때 썼던 방법입니다.
이후 둘은 연인 사이로 발전합니다.
작업도 이 정도로 드라마틱하면 가히 작품이죠.
요즘은 이처럼 세련되고 위트 있게 작업 거는 사람들이... 없죠?
* 소설가 한창훈의 ‘로버트 카파의 전기‘를 배달하며’ 라는 제목의 글이었어요.
* 듣기 쉽게 하기 위해 수정한 대목이 있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주시고 개인 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