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531금 안부 묻기에 좋은 계절
그대아침
2024.05.31
조회 421
아침공감


혼자 있길 좋아하고 좀체 먼저 연락하는 법 없는 사람이
마흔 무렵 이르러 처하는 문제 중 하나는... 친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내 얘기다. 서운해서 떠날 사람은 다 떠난 것 같다.
나라고 관심이 없고 보고 싶지 않은 건 아닌데 연락의 주기가 긴 편일 뿐.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이 나거든 행동도 해야지 마음먹은 건 근래의 일이다.
엄마의 방식으로 안부를 한번 물어봐야겠다. <아침마당>을 보다가,

새로 핀 꽃을 보다가 생각나면 전화하는 엄마와 달리, 나는 누군가 생각나면
그 생각을 안고 가만히 고여 있는 쪽이다. 그러니 다짐은 간단했다.

무언가를 보고 누군가 생각난다면 바로 연락하기. 망설임이 자랄 틈 없이
바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안 하던 일을 하기가 어려울 땐 작게 해본다. 가볍게 한다.

그중 가장 쉬운 규칙은 '이름으로 된 간판을 발견하면 주인공에게 연락하기'다.
싱겁기로는 국내 최고인, 저염식 안부라 할 수 있다.

은혜 세탁소, 태광 약국, 연우 빌라 사진과 함께 전송되는 싱거운 안부.
그 사진 안에 괄호를 열고 들어가 혼자 괄호 닫고 앉아 있는 내성적인
속마음은 '생각나서 연락했다'는 말. 혼자만의 규칙을 만들고 싶어 시작한
일인데, 이제 나는 길거리의 간판을 유심히 살펴보다 자주 반가워지는 사람이 되었다.
이게 어딘데요? 내 생각 자주 하네?
어떤 안부는 조만간 만나는 일로 이어지고,
또 어떤 안부는 서로의 무사함을 확인하고 끝나기도 한다.
그거면 됐다. 안부(安否)란 정말 별게 아니니까.

'편안한지 아닌지' 묻는 일. 그렇게 툭, 고사리 사진 한 장으로, 떨어진 버찌 하나를 든 사진으로,
또 가게 간판 사진으로 묻는다. 무탈한가요.

그러길 바라는 마음을 방금 그쪽으로 보냈어요. 잘 받아요!
작게 차오르는 ‘소만’의 마음. 오월의 마음. 아무렴, 안부를 묻기에
좋은 계절이다.




* 작가 김신지의 책 ‘제철행복’ 중에서 따온 글.
* 줄인 내용이 있습니다. 원문으로 확인 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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