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425목 탁탁탁, 매일 세 번 자기존중 훈련을 한다
그대아침
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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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공감


탁! 밥상에 수저를 내려놓으며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밥그릇에는 딱 한 숟가락의 밥이 남아 있었다. 통쾌했다. 예전 같으면 먹어 치웠을 것이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그랬을 것이다. 남겨진 음식을 보면서 느껴지는 승리감, ‘길들여진 나’를 하나 뛰어넘은 것이다.
지금껏 나는 사람들에게 당신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그리고 그 소리를 존중해라, 그래야 다른 사람들과 세상이 당신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그런데 나 자신은 그렇게 철저하지 못했다. 음식을 남기면 벌 받는다는 오랜 가르침과 음식을 버리는 것에 대한 사회적 죄책감을 가지고 먹어 치웠다.
내 친구는 친정어머니가 "이거 마저 먹어 치워라" 하는 소리가 듣기 싫어 빨리 독립해야지 했었는데, 결혼해서 만난 시어머니는 "이거 쓸어 먹어라" 해서 절망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그분들이 다 돌아가신 지금, 자신이 알아서 먹어 치우고 쓸어 먹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친구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모두 공감했다. 그러나 말없이 오간 더 깊은 공감은, 이런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오늘 저녁 밥상에서 우리는 습관대로 먹어 치울 거라는 것이었다.
언젠가 도법 스님께서 "깨달음 별거 아냐. 습관을 깨고 새롭게 사는게 깨달음이야"라고 말씀하시는 걸 들었다. 제 앞에 놓인 밥 앞에서 조차 자기 주관을 내세우지 못한다면 세상만사에서도 그렇지 않겠는가. 하루에 세 번 좌절을 맛보는 경험이 누적되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나이를 먹으면서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사는 게 더 어려워졌다. 예스'이거나 '노'라는 분명한 내 진심을 들었음에도 '그런데', 그렇지만'이라는 토를 달고 망설이다 보면 어느새 나는 상황에 쓸려 가고 마는 것이었다. 그리고 곧 후회를 했다. 착한 여자 콤플렉스, 엄마의 도리, 나잇값 하는 사람, 이런 것들 속에서 상처투성이가 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자신을 존중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 결과일 뿐이다.
자기 존중에는 단호함이 필요하다. 수족관의 열대어가 열심히 헤 엄쳐 가다가 유리벽을 만나면 0.001초의 망설임도 없이 싹 유턴하듯이 주저함이 없어야 내 진심에 충실할 수 있다.
그만!
내 내면의 소리가 들리는 순간, 젓가락 탁!
나는 매일 세 번, 자기 존중의 훈련을 하고 있다.



*오한숙희(여성학자) 의 책 <사는 게 참 좋다>에서 따온 글이었어요.


* 줄인 내용이 있으니 원문으로 확인하시고고 개인 sns등에 그대으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