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426금 기술- 있으세요?
그대아침
2024.04.26
조회 397
아침공감


네덜란드 교환학생을 갔을 때다.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나무로 깎은 지팡이를 든 사람이 갑자기 말을 걸었다.
독일에서 온 그는 자신을 목수라고 소개했다. 혹시 소개해줄 수 있는 일이 있느냐고도 물었다.
나도 타지에서 온 처지라 소개해줄 목수 일감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필요할 때 일을 해서 돈을 벌면서 세계 여행을 하고 있다는 그가
멋져 보였다. 기술이 있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어디서든 쓸모 있는 기술이 있다면 세계 어디서든 살아볼 수 있겠구나.
예전에 인도네시아에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희생된 사람들을 보고
마음이 불편했다. 무작정 돕고 싶다는 마음에 구호단체에 전화했다.
돕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나의 질문에 담당자분은
“어떤 걸 할 수 있으시죠?”라고 물었다.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네? 무슨 말씀이시죠?” 그는 긴급구호에 필요한 기술이나 자격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당황해서 “글쎄요…”라고 얼버무렸다.
그분은 다정하게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으니 구호에 필요한 후원을 하라고 했다.

아, 돌아보니 내가 수십년 동안 회사에서 갈고닦은 홍보 기술은 회사라는 터전이 없으면
생존에는 소용이 없는 기술이었다. 그때부터 종종 기술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돈을 벌 때 쓰는 기술이 있고,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기술이 있다.
좋은 것들을 알리고, 콘텐츠를 만들고, 내용을 정리하고 요약하는 힘 등이 회사에서 익힌 기술이다.
앞으로는 삶에서 살아가는 데 더 쓸모 있는 기술들을 익히고 싶다.
땀을 흘리면서 몸으로 부딪혀서 평생 기억하는 그런 기술들 말이다.
시어머니처럼 뭐든지 맛있는 음식으로 뚝딱 만드는 기술이 그런 것들이다.
최근에는 화분갈이를 하는 작은 기술을 하나 연마했다.
작은 화분에서 시들시들하던 몬스테라가 살아나고 있다.
허리는 아프지만 식물에게 도움을 주는 기술이다.
이런 기술을 배우며 내 삶의 지경도 조금씩 넓어져 간다.
삶은 길고 연마해야 할 쓸모 있는 기술이 많으니 삶이 더 기대된다.




* 메타 인스타그램 홍보 총괄 상무이자 칼럼니스트인 정다정의 글 <생활의 기술>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