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판단을 넘어서는 존재를 거부하지도,
빠져서 허우적대지도 않고 자연스러운 상태로 있고 싶네요.
나는 그렇게 강하지도 약하지도, 위대하지도 쓸모없지도 않으니까요.”
일본의 배우 ‘키키 키린’이 그녀의 책 속에서 한 말이다.
세상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대하지도 심술궂지도 않다.
그러나 가끔 나의 의지나 선택과는 무관하게 흘러가는 일이 종종 있다.
지구 반대편 나비 날갯짓이 나에게 와 닿는 그런 일,
오래전 누군가의 선택이 돌고 돌아 나에게 온 것만 같은 일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 생기는 어떠한 일이 신의 심술이나 운명의 장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다.
언젠가 일어날 일이 조금 먼저 도착했거나,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이
나에게도 생겼거나, 결국 내가 선택하게 될 일이었거나,
조금 운이 나빴거나 혹은 운이 좋은 날이었거나...
그럴 때면 나는 그냥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오늘을 살려고 노력한다.
예기치 못한 파도에 덜컥 올라탔다고 그를 거부하거나 뛰어내릴 순
없지 않은가. 자연스럽게 바람을 타고 과감히 파도를 즐기는 수밖에.
그 존재에 빠져서 허우적대기엔 나의 오늘은,
파도에 부딪치는 저 햇빛만큼이나 눈부시니까.
나는 누구보다 강하지 않지만 약하지도, 그렇게 위대하지 않지만
쓸모없지도 않다. 어제와 다른 파도에 올라도 조금 더 단단하게 나아갈
뿐이다. 우리의 선택과 결과에 조금만 자연스러워지자.
자연스러워진다면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재밌어질지 모른다.
생각보다 세상은 심술궂지만 가끔은 관대하기도 하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그녀의 또 다른 말로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한다.
“부디 세상만사를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유쾌하게 사시길.
너무 노력하지도 너무 움츠러들지도 말고요.”
*작가 구선아의 <내가 만난 명문장> 중에서 따온 글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