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공감
누나는 무슨 의식을 행하는 사람처럼 라이터 불로 면봉을 그을리고 있었다.
그러고는 그 위험해 보이는 물건을 눈으로 가져갔다.
나로서는 처음 보는 방식의 화장도 놀라웠지만,
그 행위를 이 시간에 하고 있는 것이 더 놀라운 일이었다.
몰랐다. 출근 4시간 전에 일어나서 2시간 동안 화장을 하는 줄은.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 화장이 그만큼의 공을 들인 결과라는 것이다.
애써 공들여 못생겨(?)지다니. 어째서?
내가 보기에 누나는 맨 얼굴이 훨씬 예뻤다.
한동안 퇴근한 누나를 볼 때마다 '오늘도 2시간의 결과냐'고 물었고,
누나의 당연하다는 끄덕임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십 수 년이 지난 지금 나는 누나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요즘 내가 회사에서 누나가 했던 일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지켜봐 주는 사람도 없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딱히 티나게 성과를 드러내 보일 수도 없는 일.
정해진 답이 없는 결정을 위해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위에서 방황하고 있다.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장문의 메일을 주고받고 이곳저곳에
문의전화를 돌린다. 수차례의 시행착오와 거절로 인해,
하면 할수록 미궁으로 빠지는 듯한 일을 하면서 '이걸 왜하고 있나' 싶은
생각을 하루에 서른네 번 정도하는 것 같다.
분명 일에는 진전이 있는데 쏟아 부은 노력에 비하면 얼마 나아가지
못한 것 같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그냥 대충할까 싶은 유혹이
물결치던 어느 날, 한 문장이 내 마음을 잠잠하게 만들었다.
"스스로 나아지려는 사람들을 조롱하지 마라.“
다른 사람의 노력을 존중하라는 말.
순간, "사람들"이 "자신"으로 바뀌어 보였고,
조금 더 나아지려 고군분투하는 스스로를 조롱했던 내 자신이 보였다.
그랬다. 노력을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되는 거였다.
누나의 화장처럼 많이 느리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는 일인데
의심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혹여 그 결과가 더 못나지는 것이라 해도,
잘해보려 노력했던 누나를, 나 자신을 조롱할 필요는 없을 테다.
그래, 최선에 답이 어디 있나?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지.타인이든 나 자신이든,
더 이상 답답해하지도 조롱하지도 않기로 했다. 누나 미안~~.
*오마이뉴스에 실린 '남희한'씨의 글
'2시간 화장' 누나로부터 배운 인생 교훈, 이것입니다' 에서
따온 글이었어요.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 하시고 개인 sns 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
0415월 스스로 나아지려는 자를 조롱하지 말라
그대아침
2024.04.15
조회 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