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에는 탭이라는 것이 있다. 기술이 걸려서 견디기 어려울 때, 부상을 입을 것 같을 때
바닥을 탁탁 쳐서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다. 주짓수를 고작 잠깐 체험하는
원데이 클래스였지만 관장님은 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꾸만 말했다.
탭을 제때 치는 것이 기술을 익히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버티고 있다가는 어딘가 부러지거나 크게 다친다고. 탭을 치는 게
자기를 지키는 거라는 관장님의 말은 요즘도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삶의 측면에서 나는 고수도 아니면서 탭을 안 치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군다.
탭을 안치고 싶다는 거창한 다짐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언제 쳐야 할지 모르겠을 뿐이지.
곰곰이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탭을 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까먹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로 어딘가 크게 다쳐 너덜너덜해진 다음에야, 아, 그때 탭 칠걸 하고 마는 것이다.
버티는 걸 너무 열심히 하다 보면 힘이 빠지고. 힘이 빠지는 건 너무 싫으니까
괜찮고 싶어지고, 괜찮으려고 애쓰다 보면 진짜 무덤덤해져서 괜찮은 것도 괜찮아,
아닌 것도 괜찮아, 하게 된다.
세상이 거대한 조별 과제라면, 또 오래오래 계속 해야 하는 조별 과제라면
<단 한 순간도 폐를 끼치지 않을 것이며 내가 모든 것을 캐리하겠다> 같은
생각이야말로 오만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우리가 같은 조라면 내가 버티고 버티다가
어딘가 부러지고 다치는 것보다는, 힘 빠지기 전에 탭을 치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할 수 있을 만큼만. 다들 덜 비장해졌으면 좋겠다. 일단 내가 덜 비장했으면.
아, 맞다! 그리고 혹시 탭을 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내가 조장 겸 발표자 겸
자료 조사 겸 피피티 겸겸겸을 해줄 거라고. 그러니까 민망하게 고마워하거나 미안해하거나
비장해지지 않기로. 어쨌든 탭을 치고 싶을 만큼
이미 오래 버텨왔을 거야. 우리는 늘 그때의 최선을 다하니까.
*지윤 <오늘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기억하고 싶어서>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