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821수 스텝이 엉켜도 그게 탱고예요. 열정만 있다면!
그대아침
2024.08.21
조회 295
내가 탱고를 시작한 것은 감정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나이를 세는 숫자가 늘어날 적마다 나는 무언가 하나씩을 잃어버려야 했다.
시력을 잃었고, 친구를 잃었고, 연인을 잃었고, 가족을 잃었다.
그리고 마침내는 감정을 잃어버렸다.
하루라는 시간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없이 그냥 흘러갔다.
그런 날이면 나는 밤새도록 뒤척이다가 잠들기를 포기하고 오래된 영화를 보았다.
눈먼 퇴역 군인 알 파치노는 탱고 바에서 아름다운 여인에게 탱고를 신청한다.
그날 밤 우연히 선택한 영화는 <여인의 향기>였다. 

탱고는 운명처럼 나를 흔들어놓았고 오랜만에 설렘을 느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찾아간 탱고 학원에서 번번이 거절을 당하자 점점 의기소침해졌다. 
하고 싶은 일이 할 수 없는 일이 돼버릴 때, 나는 장애를 가장 실감한다.
마지막으로 찾은 탱고 학원에서 지금의 강사님을 만났다. 나는 강사님께 
왜 나를 선뜻 받아주었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말했다.
“나를 찾아오는 이들의 열정과 의지를 막을 권리가 내게는 없어요. 
춤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춤은 함께하는 거예요.”

얼마 전 탱고 학원에 한 노신사가 방문했다.
그는 자신처럼 나이가 많은 사람도 탱고를 배울 수 있겠냐며 멋쩍어하셨다.
강사님이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을 보세요. 앞이 보이지 않아도 도전하시잖아요. 열정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노신사는 용기를 내셨고 지금 나의 파트너이시다.
그는 나를 ‘용감한 아가씨’라 부른다.

나는 그동안 실패가 두려워 장애를 핑계삼아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해왔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로 만들기 위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 위해 용기를 낸다. 
강사님의 구령이 플로어에 울려 퍼진다.
“자! 어깨 펴고, 고개 들고, 
홀드를 단단하게 잡고, 슬로우 슬로우 퀵퀵, 슬로우 슬로우 퀵퀵!”


*조승리의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중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