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수 과소비해도 좋을 가을날의 사치
그대아침
202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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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사치
하나,
파프리카와 양파 등 채소를 볶고 잘 익은 토마토를 숭덩숭덩 썰어
냄비에 넣고 뭉근하게 익힌다. 세 시간 정도를 끓인 후 그릇에 담아 입에 넣어
목으로 넘긴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따스함에 몸과 마음이 따뜻해진다.
몸을 데워주는 따뜻한 음식이 그리운 계절이다.
둘,
산책하는 남자의 옷차림이 무거워졌다.
남자는 황홀함과 쓸쓸함을 동시에 느끼며 푸른 하늘을 노래한다.
노상에는 홍시며 밀감이 팔려가기를 기다리며 앉아 있다.
남자는 뜨끈한 난로 앞에서 달콤한 홍시를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노인에게서 홍시가 든 봉지를 건네받고 하던 산책을 마저 한다.
셋,
날카로운 햇살 내리쬐는 오전 열한 시, 인적 없는 골목에 가을이 있다.
붉게 물들어가는 담쟁이와 노랗게 물들고 있는 은행나무는 마주보며 웃는 듯하다.
화려함을 보여주는 오래된 나무의 무게감과 원숙미가 향기로 발산된다.
차가운 겨울을 나기 위해 화려한 옷도 벗어버리는 나무가 애처롭기도 하지만
믿음직해 보이는 것이다.
넷,
잘 익은 대봉 한 입 물고 잠시 고개 들어 하늘 쳐다보기
맛 좋은 포도주에 치즈 한 조각 베어물고 맛 음미하기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좋은 친구와 가을 길 산책하기
산책하고 함께 웃고 같은 시간을 살고 있다는 것에 기뻐하기
멋진 일이다.
*김서희의 <황홀, 오직 오늘의 것>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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