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6수 메마른 마음 차 한 잔으로 적셔주길
그대아침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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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오랜만에 쉬는 날이라며 찾아왔다.
한 시간 남짓한 거리를 운전하며 오는데 별것 아닌 일들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나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자꾸 눈물이 흐르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당분간은
가게도 열지 않을 예정이라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마음이 말라버렸구나' 싶었다. 내가 지인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며 찻잔이 비지 않도록 따라주는 것이었다.
잔에 채워진 차가 힘든 그의 마음을 적셔주길 바랐다.
사람 마음도 땅이랑 비슷해서 마른 마음엔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다.
다음 스텝을 준비하며 해야 할 일들을 아무리 심으려 해도 마른 마음에는
좀처럼 뿌리를 내릴 수 없고 성장도 더디다.
무작정 쉬기 위해 숙소부터 예약해 버렸다는 말에 하루 이틀이라도 스스로에게 물을 충분히 주며 마음을 잘 적셔 오라는 인사를 건넸다.
식물이 마를 때 물을 주듯 마음이 말랐을 때 물을 주는 데는
역시 차만 한 것이 없겠다. 잘 적셔진 마음엔 하나둘 새로운 것들이 자라난다.
이해, 인내, 의지, 열정, 희망 같은 것들.
말랐던 마음에선 도무지 기미조차 없던 것들이 어느샌가 자라나
날 지탱해 주고 있다. 오늘도 마음이 마르지 않도록 한가득 차를 마셨다.
*김유미의 <차를 담는 시간>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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