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7목 건강한 고리의 소리 연결된 관계의 증거
그대아침
2024.11.07
조회 177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 문제도 아닌데
그땐 뭐가 그리도 큰일이었던지.
직장 동료와 사소한 일로 말다툼하고
하루 종일 찜찜한 마음으로 일하다 퇴근하던 날이었다.
환승역과 가까운 쪽에서 내리기 위해 전철 안을 걸어 다음 칸으로 건너갈 때였는데
발밑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가 신경을 긁었다.
끼이익- 끼이익
듣기 싫은 그 소리에 얼른 건너가서 문을 닫았다.
소리는 닫힌 문 너머에서 조금 둔하게 들려왔으나 멈춤이 없었다.
나는 문에 기대어 그칠 줄 모르는 소리의 출처를 생각했다.
그 쇠 긁히는 소리는 아무래도 이 칸과 저 칸을 물고 있는 고리에서 나는 듯했다.
고리. 그래 고리가 원인이었다. 물려 있지 않으면 들려오지 않을 소리.
연결된 관계에서만 들려오는 건강한 고리의 소리.
관계의 소리란 이런 걸까?
나와 그 동료가 무엇으로든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면 우리가 일로 다툴 일이 있었을까?
이 칸과 저 칸이 그렇듯 서로 다른 칸에서 살던 우리가 하나로 이어져
같은 목적지로 가는 길에 그 정도 소란도 없을까.
이어져 있는 것에는 고리가 있고 튼튼하게 맞물린 세상의 모든 고리에선 소리가 난다.
관계 속에서의 대치와 갈등, 거기서 나는 소란은 그래서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고리에서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끊어져 있을 때뿐이다.
*서영식의 <흔들리는 날에 흔들리는 나를>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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