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꽃에 대한 관심은 누구나 있지.
지는 꽃은 좀 달라.
생명의 소멸에 시선을 주는 건 삶의 깊이를 비추는 거야.
꽃이 질 때 모든 꽃이 같은 모습으로 지는 건 아니야.
많은 꽃이 핀 자리에서 시들고 마르지.
꽃잎이 한 장 한 장 떨어져 나가며 지기도 하지.
마르는 모습이 유난한 건 산수국과 국화야.
산수국은 마치 피어 있는 듯 생생하게 말라 있지.
글쎄, 살아 있는 줄 깜박 속지 뭐야.
국화는 말라서 오래오래 서리와 눈을 다 맞아.
꽃잎이 시들며 떨어지는 꽃 중엔 모란이 있어.
꽃이 크고 탐스러워 질 때도 그래.
바람도 없는데 모란잎이 질 때 툭, 툭, 가슴으로 떨어져.
양귀비도 그래. 뒤뜰에 핀 현란한 꽃이 한 잎씩 떨어져 내릴 때
죽음이 저렇게 고요하고 아름답게 올 수도 있구나 싶지.
통꽃 중엔 모가지 떨어지듯
시들지도 않고 ‘뚝’ 떨어지는 꽃도 있지.
동백꽃은 물론이고
감꽃, 개불알꽃, 능소화, 참깨꽃...... 떨어지는 모습이 서늘해.
신묘하기로는 수련이지.
봉오리를 오므리고 물속으로 잠들 듯이 눕지.
지는 꽃을 보는 건 삶의 깊이를 비추는 거야.
*김혜련의 <고귀한 일상>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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