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란 무섭다. 일찍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조금 늦게 잠들어도 어김없이 새벽 네시쯤 잠이 깬다.
밥을 먹는 것도 그렇다. 말로는 '맛있다' 하고 먹으면서도
정작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먹곤 한다.
가난했던 시절, 배만 채우면 되었던 그것이 오랜 세월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오게네스도 '습관은 제2의 천성이다'라고 말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얼마나 쉽게 특정된 길을 밟게 되고
스스로를 위하여 다져진 길을 만들게 되는지는 놀라운 일이다.
내가 숲속에 산 지 1주일이 채 안 되어 내 집 문간에서 호수까지는 내 발자국으로 인해 길이 났다.
내가 그 길을 사용하지 않은 지 5,6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그 길의 윤곽은 뚜렷이 남아 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 길을 밟아 길로서 유지되게 했나 보다. 땅의 표면은 부드러워서 사람의 발에 의해
표가 나도록 되어 있다. 마음의 길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세계의 큰 길은 얼마나 밟혀서 닳고
먼지투성이일 것이며, 전통과 타협의 바퀴 자국은 얼마나 깊이 패였겠는가!’
-소로의 <월든> 중에서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1993년 한 시간짜리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되어
섬진강을 촬영했던 때의 일이다. 처음이라 당황했는지 압록 부근을 찍는 장면에서 계속 엔지를 냈다.
두 시간이 넘도록 그 길을 오갔더니 잡풀 우거졌던 곳에 반들반들한 길이 생겨 버렸다.
마음의 길도 그렇다. 무심코 그냥 살다가 보면 내 마음에 자갈밭이 생겼는지,
조용한 산길이 생겼는지 알 수 없다. 마음을 잘 가꾸어 인간답게 온전한 길을 내는 것,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신정일의 <마음의 발견>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