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원더풀 라이프>를 보고 나면,
딱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죽음의 순간에 가져가고 싶은 기억은 무엇일까.
등장인물들이 마지막까지 품고 가는 소중한 기억은 그리 거창하지 않았다.
흩날리는 벚꽃의 풍경이거나 비행기 조종대에서만 목격할 수 있는 하늘의 모습,
아내와 함께 공원에서 나눴던 대화의 순간. 뭐, 그런 것들이다.
이 영화를 알기 전에도 나는 사람들에게 종종 물었던 것 같다.
언제 가장 행복해?
"네 엄마 퇴근 시간에 마중 가는 길은 언제나 좋다. 늘 같은 마음으로 나간다."
"진한 노을빛이 구름 사이사이를 뚫고 나오는 시간"
"침대 위에서 빈둥거리는 게 짱이야."
"비 오는 날, 예쁜 우산을 들고 걸어야지."
"힘든 일과를 마친 늦은 밤, 좋아하는 배달 피자를 펼쳐두고
시원한 맥주 한 모금 들이켤 때."
"내 고양이가 품으로 들어와 같이 잠들 때."
"여름!"
아마 나는.... 거기에 있을 거다. 황량한 겨울 운동장에.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집 가까운 곳에 있는 한 중학교 운동장에서
이름을 알 수 없는 마른 풀을 뜯으며 허공에 그 씨앗을 날리곤 했다.
엄마가 그 운동장에서 자주 걷기 운동을 했기 때문이다.
마구잡이로 입바람을 후후 불면 고양이 털이 날리듯 씨앗 무리가 솟아올라 넘실댄다.
내게서 멀어지며 노을빛 너머로 사라지는, 작고 가벼운 신비,
눈으로 씨앗을 좇다 보면 시야에 손톱달이 걸린다.
엄마가 내 이름을 크게 외친다.
사는 동안, 내 사람들이 계속해서 자신의 감각을 뾰족하게 다듬었으면 좋겠다.
언제든 행복할 수 있게. 그래야 훗날 우리가 이별할 때 덜 슬플 것 같다.
지금 행복한 사람은 끝도 행복할 테니. 슬픔 속에서도 깊게 안심하고 싶다.
*김해서의 <답장이 없는 삶이라도>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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